연극도시 부활 열쇠 '상표권 해결' 주목
시민단체 상표권 매입반대…군의회도 행정 질타
연극제집행위, 군 재감정 요구에 법적대응 시사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 방안으로 추진된 상표권 매입이 감정가에 대한 이견으로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거창군의 재감정 요청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은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는 최근 합의서 불이행에 따른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거창군이 연극제 정상화 해법으로 상표권 매입이라는 방법을 선택했지만, 오히려 일을 조급하게 서두르다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명하지 못한 보조금 집행 때문에 생긴 일에 거액의 세금을 들여야 하는지 상표권 매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해 그간 경과와 쟁점, 전망을 집중 진단한다.

◇상표권 매입 결정 잘한 건가 = 거창의 시민단체 '함께하는 거창'은 지난 19일 거창군에 상표권 이전 계약서 원본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불공정 계약에 따른 감사를 신청했다. 이 단체는 "거창국제연극제는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국비·도비·지방비가 투입된 축제로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진 공공재 성격의 무형자산이며, 상표권 매입은 누가 보아도 예산낭비 사례"라고 주장했다. 특히 "연극제를 열고 있는 사단법인은 불투명한 보조금 정산 등으로 법적인 조치를 받은 전례가 있다"며 "문제를 일으켜 최소한의 신뢰조차 얻지 못하는 단체와 세금을 들여 상표권 매입 협상을 하는 행위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11일에는 거창YMCA가 "거창국제연극제는 거창 군민의 것"이라며 "군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상표권 매입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극제 정상화를 위해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허술한 계약으로 이번 사태를 일으킨 관계 공무원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한 바 있다.

4월 거창군의회 주례회의에서는 상표권 매입이 이슈였다. 박수자(자유한국당·비례) 의원은 "일반적인 계약은 배상 책임이 두 배인데, 해약 관련 배상액을 상대 측 용역비의 20배로 규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두 배라면 쉽게 해약할 수 있었다"며 거창군을 몰아붙였다.

최정환(더불어민주당·가 선거구) 의원은 "의회에 계약서에 대한 안건이 나왔을 당시 (해약에 따른) 배상 문제와 굳이 상표권 매입을 해야 하는지 등 의견이 나왔었다"며 "이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계약을 추진해 이번 문제가 발생했다"고 거창군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권재경(무소속·라 선거구) 의원은 "올해 연극제를 개최하지 못하더라도 더 이상 일회성 행사는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심재수(더불어민주당·나 선거구) 의원은 "거창군이 상표권 이전에 합의하더라도 매입 금액이 군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경우 단호히 부결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주민 공론장 마련을 = 최근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 관계자가 "거창군이 연극제의 문화적 가치를 종합 감정해 매입하기로 약속해 놓고 불복했다. 재감정은 있을 수 없으며 법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2017년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가처분' 소송으로 맞선 이후 또다시 법정다툼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감정가 산출의 기초가 된 입장객 수 등 감정자료는 거창군이 만든 공적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감정가도 연극제 상품성과 문화적 가치, 기여도 등을 종합평가한 것으로 결코 높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거창군은 "재감정을 요구할 뿐 계약을 파기할 의사가 없으므로 해약에 따른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연극제 정상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거창국제연극제 전 관계자는 "상표권 매매는 보상 차원의 합의에 불과하다. 거창국제연극제가 대한민국 최고의 여름 야외 연극제라는 명성을 되찾으려면 주민들이 참여해 연극제 정상화에 대한 공론장을 만들고 옛 명성을 되찾을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하나의 축제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취약한 연극 인프라를 확충하고 연극을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 뿌리가 탄탄한 연극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앞으로 상표권 매매가 성사되더라도 매매 금액이 한 개인이나 단체의 사적인 용도로 쓰여서는 안되며, 연극 발전 등에 공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은 시민단체를 비롯해 다수의 지역사회 여론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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