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적임자' 외치는 혼신의 노래
중세 귀족 사랑·복수 담은 작품
3분여 준비한 연기·노래 선봬
열띤 경쟁 끝에 4명 최종 합격

▲ 19일 창원상공회의소 2층에서 열린 경남오페라단 <일 트로바토레> 공개오디션에서 이규봉 씨가 노래를 하고 있다. 이 씨는 루나백작 역에 발탁됐다. /김민지 기자

"올해는 작품이 어려워서 그런지 지원자가 적네."

매년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마다 공개오디션을 진행하는 경남오페라단. 지난 19일 창원상공회의소 2층에서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공개오디션을 앞두고 심사위원들이 한목소리로 말했다.

<일 트로바토레>는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1813~1901)의 3대 오페라 중 하나다. 중세 귀족 가문과 집시들의 사랑, 복수를 담은 작품으로 출연진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실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출연진을 구성하기 어려워 우리나라에서는 공연 빈도가 낮은 편이다.

이날 지원자 31명 중 27명이 공개오디션에 참여했다. 루나백작(바리톤) 역에 6명, 아주체나(메조소프라노) 역에 4명, 만리코(테너) 역에 3명, 레오노라(소프라노) 역에 14명이 실력을 겨뤘다. 서혜연 한국성악가협회 이사장이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김성중 경남오페라단 운영위원, 이소영 경남오페라단 음악감독이 심사를 맡았다.

"들어오세요." 심사위원이 말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지원자는 피아노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섰다.

▲ 19일 창원상공회의소 2층에서 열린 경남오페라단 <일 트로바토레> 공개오디션에서 김은경 씨가 노래를 하고 있다./김민지 기자

지원자는 배역에 따라 정해진 곡을 불렀다. 예년에는 지원자가 많은 까닭에 노래 부르는 중간에 심사위원이 끊기도 했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지원자의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다. 보통 시간은 3분 이내였다.

오페라는 노래와 연기의 혼연일체를 보여줘야 한다.

어떤 지원자는 노래와 함께 몸짓, 손짓, 표정을 풍부하게 표현했지만 어떤 지원자는 차려자세로 뻣뻣하게 입으로만 노래했다.

긴장감을 덜고자 노래 전에 기도를 하는 지원자, 긴장한 탓에 가사를 까먹은 지원자도 있었다.

노래 후 심사위원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을 했고 아니면 "수고하셨습니다"고 말했다.

지원자는 30~40대가 주를 이뤘고 서울, 부산 등지에서 왔다. 지원자 중 도내 대학 출신 성악가는 3명이었다.

오디션이 끝난 뒤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이 이뤄졌고 최종 합격자가 정해졌다.

▲ 19일 창원상공회의소 2층에서 열린 경남오페라단 <일 트로바토레> 공개오디션에서 방신제 씨가 노래를 하고 있다./김민지 기자

루나백작 역에는 바라톤 이규봉, 아주체나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방신제·최승현이 뽑혔다. 가장 지원자가 많았던 레오노라 역은 소프라노 김은경이 차지했다. 만리코 역은 적격자가 없어 선발하지 않았다.

서혜연 심사위원장은 "베르디 작품 중 가장 극적이고 주역들의 목소리가 건강하고 탄탄해야 하는 작품"이라며 "경남오페라단에서 일 트로바토레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서 심사위원장은 "실력 있는 지원자들이 뽑힌 만큼 10월 공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남오페라단은 오는 9월부터 두 달간 연습기간을 거친 후 10월 24~26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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