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 인물 최참판 덕에 최참판댁 인기
선비 김종직, 예림서원서 만날 수 있길

해마다 밀양시는 아랑 규수를 뽑는다. 아랑 규수는 밀양아리랑대축제 3대 정신의 하나인 윤동옥 낭자의 정순(貞順) 정신을 기리고자 선정한다. 매년 진, 선, 미, 정, 숙 아랑 규수 5명과 모범 규수 10명을 선발한다. 아랑 규수가 되면 밀양 홍보 사절과 지역 특산물인 얼음골사과, 딸기, 고추, 대추, 깻잎 홍보대사로 위촉된다. 아랑 규수 신청 대상은 밀양시에 거주하는 만 17세 이상 28세 이하 미혼 여성과 학생, 업체 종사자, 출향인 자녀다.

아랑 규수가 할 일은 많을 것이다. 밀양 내에서 진행하는 농특산물 행사도 잦고 다른 지역서 열리는 박람회에도 참가하게 된다. 아랑 규수 개인에겐 경험으로 쌓여 취직이나 미래 삶을 개척할 때 장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 흐름을 눈여겨보는 자치단체라면 지역 인물 관광콘텐츠를 새롭게 조명해보길 권한다.

밀양시에는 조선 전기 성리학자로 훈구파에 대항한 사림파의 영수이자 영남학파의 종조(宗祖)로 불리는 점필재 김종직 선생이 있다. 또 조선시대 승병장인 사명대사도 있다. 시는 두 인물의 생가와 족적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문화 관광지로 만들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김종직 선생 유적지인 부북면 예림서원 일대에는 선비문화체험관을 만들고 있다. 시는 사업비 44억 원 중 국·도비를 지원받을 계획이다. 올해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 2021년까지 체험관 조성 사업을 한다. 지난해에 점필재아리랑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뮤지컬 김종직도 준비하고 있다.

무안면 고라리에 있는 사명대사 생가터(경상남도 기념물 제116호)에서는 사명대사 선양사업을 하고 있다. 2021년 완료를 목표로 시가 3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호국혼 선양관, 추모 상징 공간, 사명대사 동상 등을 구상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표충서원에서 사명대사 추모 헌정 공연으로 뮤지컬 <사명대사>(극단 밀양)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시는 이 호국 뮤지컬을 연극촌 축제나 시 대표 행사 때도 공연할 계획이다.

나는 여기에 더해 실재하는 인물(대역)을 도입하길 권한다. 아랑 규수만 뽑지 말고 선비 김종직과 승병장 사명을 선정하면 좋겠다. 예림서원에 가면 선비 김종직이 관광객을 반기며 시조나 5언절구 한 수 읊어주면 어떨까. 표충서원에 갔을 땐 의병장 사명대사가 관광객과 대적하며 임진왜란 당시 장면을 재현해주면 어떨까.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에 가면 흰 두루마기를 입은 최참판이 있다. 악양 들판이 눈앞에 펼쳐지는 사랑채에 앉아서 최참판이 책을 읽거나 대청마루로 나와 관광객과 대화를 나눈다. 최참판은 하동군이 공모해서 뽑고 있다. 최참판은 문학과 역사에 조예가 있고 지역 관광 홍보도 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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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최참판은 박경리 소설 <토지>에 나오는 허구 인물이다. 그러나 밀양의 김종직과 사명대사는 역사 속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실존 인물이었다. 문화관광 시너지 효과는 자치단체가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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