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일어난 방화·살인 사건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과거 피의자의 범행과 이상행동들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경찰이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찰에 합당한 조치를 주문했고 경남경찰청도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 병력자와 상습적 범죄자를 방치한 것이 어떤 비극을 불러왔는지 통렬히 각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피의자 안 씨는 과거에도 폭행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세 차례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그중 두 건은 사람을 흉기로 위협하기까지 했다. 아파트 주민들과 시비를 벌이다 경찰에 신고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또 조현병을 판정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안 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기도 하다. 범죄, 질병, 복지 등 모든 영역에서 취약성을 드러냈던 안 씨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했지만, 현재 치안 시스템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안 씨의 현재 병력을 알지 못한 경찰만을 탓할 수 없다. 하루빨리 경찰이 다른 기관이나 지역사회의 협조를 받을 수 있는 치안 체계의 확립이 요구된다.

경찰도 내부적으로는 지역사회에 기반한 협력치안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갖고 있다. 이 분야에서 참조할 만한 것이 영국의 '다기관공공보호협정'이다. 성범죄자, 폭력범죄자 등의 재범 방지를 위해 경찰, 교정당국, 보호관찰소, 복지기관, 건강관리당국, 지역행정당국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을 구축하여 관리하는 제도다. 영국은 대상자를 단계적으로 분류하고 관련 기관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히 협력하여 재범 위험이 큰 범죄자에 대한 촘촘한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형사 당국에 따르면, 교정기관을 출소한 후 3년 이내 재범하는 사람은 4명 중 1명꼴에 이르며 성범죄 재범률은 70%에 이른다고 한다. 주민들이 언제든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사는 것이니만큼 모든 유관기관의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해졌다. 다만 사회적 낙인을 찍지 않도록 해야 하며,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상습 범죄자나 재범 우려자라도 사회복귀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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