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은 '시민들의 양심'
함평∼광주 1박 2일 역사기행

3·1운동, 임시정부수립일, 의열단 창단 100주년을 기념해 얼마전 청년 백범 단원들과 1박 2일로 함평~광주 역사기행을 갔다. 첫날은 함평에 있는 일강 김철(1886~1934)기념관을 찾았다. 선생은 임시정부 국무위원으로서 법무장, 군무장, 재무장을 역임하셨으며 1930년 한국독립당을 창당해 두 차례의 옥고를 치르다가 1934년 6월 29일 항저우에서 돌아가셨다. 기념관 뒤에는 상해임시정부청사가 재현되어 있었는데, 상해에는 골목 안 좁은 곳에 임시정부가 있었지만 김철 선생 생가에서는 위풍당당하게 정면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특히 기념관 뒤 선생의 가묘 옆에는 선생이 독립운동에 전념하게 하려고 부인이 소나무에 목을 매 자결한 단심송이 임시정부 100주년 행사를 지켜보고 있어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둘째 날 새벽에 우리는 5·18 자유공원으로 갔다. 공원은 5·18 당시 군사재판 현장이던 상무대 법정과 영창을 원형대로 복원, 재현해 놓았다. 당시 자료와 사진들을 보관한 전시실, 잡혀간 사람들이 악랄한 고문과 조사를 받았던 헌병대 내무반, 여름철로 접어드는 때에 좁은 감방에 150명 이상을 집어넣어 인간 이하의 만행을 저질렀던 모형들이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꼭 남경대학살 기념관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

2011년 5월 25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기록관은 당시 천주교 건물이었다고 한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 들어서자 작년에 정년퇴직하신 교장 선생님께서 비 오는 날에 광주를 찾은 우리 일행을 안내해 주셨다. 7층 건물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의 발발과 진압, 그리고 진상 규명과 보상 등의 과정에 관한 방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물론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민주화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며 민주화 과정에서 시행한 진상 규명 및 피해자 대상 보상 사례도 선례가 되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층마다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었는데 군부독재를 청산하고자 평화적으로 행해졌던 횃불 대행진, 계엄군에 학살된 165명의 희생자와 투쟁 중에 희생된 시민들을 추모하는 코너와 공수부대에 의해 학살당하고 시신의 흔적조차 찾지 못한 행불자를 기리는 코너가 있다. 또한 5·18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과정, 동학 농민 혁명, 광주학생독립운동, 제주 4·3항쟁, 4·19혁명, 부마 민중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중항쟁의 역사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향한 현재까지의 여정을 소개하는 코너 등 지루하지 않게 잘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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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방 광주 대동세상의 상징이었던 '양은대야'와 집단 발포 후 금남로에 남겨진 주인 없는 신발들, 시민군 치료를 위해 헌혈하고자 끝없이 줄 서 있는 광주시민들의 성숙한 모습, 전일빌딩 건물의 총탄 흔적 은은히 들려오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일행은 모두 낮은 목소리로 따라 불렀다. 소개를 마치고 질문하는 시간에는 당시 북한 특수군이 광주에 진입했다면 전두환은 왜 잡지 못했는가 하는 것과 희생자들에 관한 유언비어 등 많은 질문이 있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일행은 5·18 민주화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럽지 않은 광주시민들의 양심이었음을 다시 확인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이틀 동안 구수한 남도 사투리로 안내해 주신 김순흥 교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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