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각 내 친일화가 작품
시의회서 폐기 여부 논쟁
가요박물관 이어 갈등심화

밀양시의회 여야 의원들이 최근 이슈가 된 친일 잔재 청산과 가요박물관 건립 사업을 두고 '5분 발언 공방'을 펼쳤다.

지난 19일 열린 제209회 밀양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장영우(더불어민주당·다 선거구) 의원과 박진수(자유한국당·마 선거구) 의원은 '친일 화가가 그린 아랑 영정' 폐기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장 의원은 "현재 영남루 아랑각에 봉안된 아랑 영정은 친일화가가 그린 것이니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밀양지역 시민단체가 "아랑각에 친일화가가 그린 그림을 모셔놓고 방문객들이 머리를 숙일 수 없는 일이다. 대표적인 친일화가 작품이 걸려 있다면 당연히 떼 내고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친일 작가 작품으로 논란을 빚는 영남루 아랑각에 봉안된 아랑 영정. /오마이뉴스

장 의원은 "밀양시는 경남도교육청의 친일 잔재 청산 작업에 함께하며 친일 잔재 현주소를 파악하고, 밀양시의회도 가칭 '친일청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제안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2월 '친일을 청산하고 독립운동을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정의로운 나라로 나아가는 출발'이라고 강조한 발언과 도교육청이 오는 5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도내 학교 중 친일작곡가가 작곡한 교가나 일제식 교단·언어 교체 등 일제 잔재 청산과 우리 얼 살리기 교육을 하기로 한 정책을 들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고 육영수 여사가 1965년 당시 밀양문화제 행사에 참여했던 영상을 보여주며 아랑 영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육영수 여사가 아랑 사당에 비석만 있고 영정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당대 유명 화가였기에 김은호에게 그리게 한 것뿐"이라며 "김은호에게 친일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라 육 여사가 밀양시민에게 긍지를 심어준 순수한 정신과 밀양시민들 역사를 친일 잔재 청산으로만 규정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가 주관해 친일 잔재 청산을 내걸고 문화 투쟁 형태로 의식화 작업을 추진하는 것은 '관제민족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면서 "더는 불필요한 이념 논쟁에 밀양이 함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랑 영정은 1972년 고 육영수 여사가 대표적인 친일화가 이당 김은호 화백에게 제작을 의뢰한 것이다.

순종 황제 어진을 그린 이당 김은호(1892∼1979. 일본식 이름 쓰루야마 마사시노기)는 '성춘향', '논개'(진주 촉석루에 있었으나 2006년 교체) 등을 그렸으며, 반민족규명위가 확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기록돼 있다.

일본이 직역 봉공을 위해 만든 조선미술가협회 회원이었던 김은호는 친일파 귀족 윤덕영 처가 만든 애국부인회가 금붙이를 모아 일본에 헌납하는 과정을 그린 '금차봉납도' 등 친일 내용의 그림을 그렸다.

친일 잔재 청산과 관련 있는 '가요박물관 건립'과 관련해서도 5분 발언이 이어졌다.

황걸연(자유한국당·나 선거구) 의원은 "시는 박시춘뿐만 아니라 정풍송, 박정웅, 유금춘, 남백송, 월견초 같은 지역 출신 예능인들을 활용해 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며, 사업 기획·고증·전시·운영 과정에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사업의 객관성을 담보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사나 매체를 통해 밀양가요박물관이 마치 '박시춘박물관이나 기념관'인 것처럼 보도되다 보니 지역민들 사이에 갈등이 과열되고 이념적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 정당성을 높여야 한다.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책 결정은 공격 대상이 되고, 공정하지 못한 정책은 비판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밀양시의 가요박물관 건립 추진과 관련해 지난달 20일 장영우 의원의 시정질문 이후 지역에서는 '1급 친일파 박시춘가요박물관건립저지 시민연합'이 결성돼 1인 시위를 하는 등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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