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붓질로 생명력 얻은동백·동백 숲

▲ 강종열 작 'camellia(카멜리아)' 연작 모습. 100호가 훨씬 넘는 작품 10개가 내걸려있다. /이미지 기자

숲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빛으로 반짝이는 겉과 달리 어두운 속은 축축하며 탄생과 죽음이 어지럽게 공존한다. 누군가가 자신만의 언어로 숲을 말한다면, 이는 몸으로 숲을 알았을 것이다. 강종열 작가의 숲 또한 쉽게 가늠할 수 없다. 회화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물질로 다가온다.

마산현대미술관이 강종열 초대전 '동백, 빛으로의 여행'을 내놓았다. 마산현대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꾼 마산아트센터의 2019년 첫 전시다.

▲ 강종열 작 'camellia(카멜리아)' 연작 모습. /이미지 기자

전시장을 빼곡히 채운 작품 50여 점은 강 작가가 거대한 숲을 그리기 위한 여정처럼 보인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인 여수를 인물과 어시장 모습으로 그렸다. 그리고 바다속을 항해했다. 이때 작품은 통영을 그린 전혁림(1916~2010) 화백을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운 청색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때 동백의 형상이 등장한다. 작가는 2006년부터 여수의 상징인 동백을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하고 동백나무 숲을 그려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동백은 낯설지 않다. 원형적 인상을 주려고 애쓴 작가의 의도처럼 피고 지는 동백의 숨결이 느껴진다.

▲ 강종열 작 'camellia(카멜리아)' 연작 모습. /이미지 기자

그런데 동백나무 숲은 다르다.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캔버스 화면은 동백과 나무가 아니라 물감이다. 붓질과 질료, 거대한 색 층으로 덮인 물질만이 남았다. 그래서 이 숲에 들어가고 싶다. 작가는 많은 물감을 쏟아붓고서 온 힘을 다해 덧칠을 해나갔을 것이다. 이는 작가가 숲을 사유하는 것이자 체득하는 노동이다. 작가는 "붓질이 살아야 그림은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창수 마산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 등록을 위해 미술관 명칭을 변경하면서 첫 기획전을 준비했다. 여수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국내 미술계에서 입지를 견고히 다져온 원로 작가의 작업은 도내 작가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그는 동백 등 자연과 하나 되는 조형언어로 감동을 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5월 6일까지. 입장료 성인 3000·청소년 2000원. 창원 연아트오브갤러리에서도 소규모 특별전 형식으로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문의 055-271-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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