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붓질로 생명력 얻은동백·동백 숲
숲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빛으로 반짝이는 겉과 달리 어두운 속은 축축하며 탄생과 죽음이 어지럽게 공존한다. 누군가가 자신만의 언어로 숲을 말한다면, 이는 몸으로 숲을 알았을 것이다. 강종열 작가의 숲 또한 쉽게 가늠할 수 없다. 회화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물질로 다가온다.
마산현대미술관이 강종열 초대전 '동백, 빛으로의 여행'을 내놓았다. 마산현대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꾼 마산아트센터의 2019년 첫 전시다.
전시장을 빼곡히 채운 작품 50여 점은 강 작가가 거대한 숲을 그리기 위한 여정처럼 보인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인 여수를 인물과 어시장 모습으로 그렸다. 그리고 바다속을 항해했다. 이때 작품은 통영을 그린 전혁림(1916~2010) 화백을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운 청색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때 동백의 형상이 등장한다. 작가는 2006년부터 여수의 상징인 동백을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하고 동백나무 숲을 그려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동백은 낯설지 않다. 원형적 인상을 주려고 애쓴 작가의 의도처럼 피고 지는 동백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런데 동백나무 숲은 다르다.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캔버스 화면은 동백과 나무가 아니라 물감이다. 붓질과 질료, 거대한 색 층으로 덮인 물질만이 남았다. 그래서 이 숲에 들어가고 싶다. 작가는 많은 물감을 쏟아붓고서 온 힘을 다해 덧칠을 해나갔을 것이다. 이는 작가가 숲을 사유하는 것이자 체득하는 노동이다. 작가는 "붓질이 살아야 그림은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창수 마산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 등록을 위해 미술관 명칭을 변경하면서 첫 기획전을 준비했다. 여수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국내 미술계에서 입지를 견고히 다져온 원로 작가의 작업은 도내 작가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그는 동백 등 자연과 하나 되는 조형언어로 감동을 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5월 6일까지. 입장료 성인 3000·청소년 2000원. 창원 연아트오브갤러리에서도 소규모 특별전 형식으로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문의 055-271-5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