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록원, 자료 보유량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
기록, 업무결과 생산된 '유일본', 도서와는 달리 원본·사본 구분

기록과 도서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유일본'이냐 아니냐의 차이다. 기록관리법에는 기록물이란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접수한 문서'라고 말한다. 이는 '특정인의 감정과 지식을 제공'하는 도서와 또 다른 차이점이기도 하다. 이것을 기준으로 놓고 생각해본다면 기록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한정된 사람들의 업무행위의 결과로 생산되는 유일본이며 도서는 기관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의 감정과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한정적인 계속본이다. 기록은 재생산되더라도 원본(진본)이 구분되나 도서는 원본(진본)의 구분을 하지 않는다.

또한 기록은 원칙적으로 이관을 받고 도서는 구입을 한다. 구입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을 말하는데 이관은 그 절차가 꽤나 까다롭다. 기록관리표준에 의하면 이관이란 '기록물과 해당 기록물의 물리적인 보존 장소 및 관리 권한을 기록관리기관으로 이전하는 행위'를 말하며 특히 기관 대 기관으로 이관을 하는 경우 그 소유권 등이 넘어오기 때문에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관할 기록관(도 및 시·군)으로부터 중요기록물을 이관받는 경상남도기록원은 인계하는 기록관이나 인수하는 영구기록물관리기관 모두에 시간·노력·정성이 필요하다. 기록을 이관받는다는 것은 그 기록을 생산한 기관의 업무 계획과 결과 그 지역민들의 요구사항과 증거자료 그리고 그들의 역사까지 이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경남의 역사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결국 우리의 역사이긴 하지만 말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내 일기장을 타인에게 넘겨주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일기장에는 나의 수많은 생각과 정보, 감정, 관련자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일기장 한 권 속에 각각의 내용 검토가 필요하고 그것을 향후 공개해야 할 경우, 어떤 부분을 공개하고 공개하지 말 것인지에 대한 집필자의 생각이 반영되어야 한다. 일기장 한 권 전체를 공개하겠다, 비공개하겠다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판단할 때조차 작성자의 내용분석은 필수다.

기록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이 흔히 기록을 정리할 때 사업별로, 주제별로 1권으로 묶어서 관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것을 이관할 때는 1권 안에 있는 다수의 사업들을 건별로 정리해야 하고, 그 건들의 수량과 그 건들의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때문에 기록의 이관은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도서는 어떠할까? 돈을 주고 사면 된다. 명확하다. 도서의 지은이는 공개를 원하는 내용을 넣었으니 그들의 공개 유무도 가릴 것 없을 것이며, 그 안에 내용이 무엇인지(물론 기본적인 검토는 필요하다) 건건이 살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 지난해 12월 경상남도기록원을 방문해 전시된 기록물을 살펴보는 김경수 경남지사. /경상남도기록원

◇정량화하기 어려운 기록 관리 = 지난 3월 31일 모 신문에 "소장물 1만 권…기록물 없는 경상남도기록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다. 주 요지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기록물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인력, 예산'의 어려움은 제외하고 이 지면을 빌려 기록관리의 원칙을 보다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그 설명의 첫 부분으로 도서와 기록을 설명하였다. 도서관리는 쉽고, 기록관리는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도서와 기록을 인수하고 보존하는 것만이 그 기관들의 사명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이 헷갈리기 쉬운 기록과 도서의 차이를 설명함으로써 기록이 갖는 속성에 대해서 쉽게 접근하고자 했다. 개인적으로 기록연구사와 사서를 헷갈려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 또한 이 비유를 적용하고자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경상남도기록원은 무엇을 하는 기관일까? 작년 10월 19일 자 필자가 작성한 "경남의 종자보관소 '경상남도기록원'"이라는 기사에서 보면 필자는 경상남도기록원이 스발바르국제종자보관소처럼 경남이 사라지더라도 그 경남을 기억하게 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으며, 그 효과가 산술적인 수치로 말하기 곤란하니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지금, 한번 믿어보라고 적었었다.

기록관리가 이관량, 공개요구량 등 산술적인 수치로만 정량화되어 계산되고 효과가 입증된다면 기록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도민 등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현재 이용량만 생각하여 기록을 이관하게 되고 관리하게 될 것이다. 수치로만 계산된다면 수치가 늘어나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다. 도민에게 필요한 정보(기록)를 제공하는 것도 우리 기록원의 사명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상남도기록원은 무슨 업무를 하고 있고, 해야 하는가?

◇경상남도기록원의 업무와 역할 = 첫째, 중요기록의 선별적인 수집이다. 이는 민간과 공공 모두를 포함한다. 현실적 한계가 있긴 하지만 법상으로 경상남도기록원은 경상남도 내 교육청, 도 및 시·군, 공사·공단을 관할하게 된다. 현실적 한계 때문에 관리가 유보된 교육청과 공사·공단을 제외하고 도 및 시·군의 중요기록물은 130만 권 이상이며 현재도 계속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수용량은 한계가 있다.(이는 타 영구기록물관리기관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모든 중요기록을 이관받을 수 없다면 선별적 이관을 해야 한다. 좁게는 미래 100년만 바라보더라도 도민의 현실적인 필요에 의한 기록뿐 아니라 경남이라는 공간이 기억되어야 할 자료를 선택 이관해야 한다. 민간기록 역시 어떠한 것이 우리가 보존하고 남겨야 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문에 민간기록물 관련 규정을 제정하고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불필요한 민간기록이 수집되지 않고 중요한 민간의 기록이 수집되고 보존되도록 하여야 한다. 욕속부달(欲速不達), 늘 견지해야할 단어다.

둘째, 기록을 '관리'하는 일이다. '관리'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기록의 성질과 유형을 파악해 '생산해야 하는' 기록을 정의하고 기준을 제시하는 것, 예컨대 도민이 알아야 할 내용이 공공기관에서 생산되지 않고, 생산된다하더라도 관리되지 않을 경우 그 생산과 관리를 강제하는 것이다. '중요회의의 녹취록(속기록) 지정' 같은 업무가 그 사례이다. 또한 기록관리의 흐름이 원활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고 점검하는 것, 기록관리가 일상화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 책임권의 소재가 모호하다는 등의 이유로 갈 곳 없는 기록을 받아들이고 관리하는 것, 공공기관의 업무를 분석하고 표준화하여 모든 기록물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것 등 '관리'의 유형은 끝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관한 기록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서비스하는 일이다. 기록의 수집은 시작이고 서비스는 마지막이며 또 다른 시작이다. 수집과 서비스가 잘 되기 위해서는 기록이 안전하게 보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소독, 탈산을 하고 재난을 대비한다. 또한 훼손된 중요기록을 복원하는 등의 업무도 병행하게 된다. 안전하게 보존된 기록이 도민에게 보다 쉽게 활용되기 위해 보유기록을 재구성해 편찬하고 서비스한다. 서비스의 방식과 유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해져가고 있고 앞으로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생각지도 못한 형태'를 위해 기록원 구성원들은 기록관리의 주경야독을 실천하고 있다.

▲ 전국 최초 지방영구기록물관리기관으로 지난해 5월 21일 창원시 의창구 사림로에 개원한 경상남도기록원. /경상남도기록원

◇경상남도기록원에는 관리대상 기록이 '수만 권' 있다 = 물과 공기와 같이 흔한 기록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한다. 때문에 일상성이 갖는 특수성을 외면하는지도 모른다. 흔하디흔한 물과 공기가 현재는 공해와 오염으로 그것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당연한 것들을 경각심을 갖고 관리해 왔더라면 공기와 물을 사먹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기록은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사명감만으로 유지되지는 않는다. 때문에 사명감을 가진 필자가 누구나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이런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는 것이다.

경상남도기록원에는 기록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잘' 수집·보존되고 활용되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명감을 가진 구성원과 실제 수집된, 수집되지 않은 수만 권의 관리대상 기록이 있다. 무관심보다 악플이 낫지만 응원이 힘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도민들의 과거·현재의 삶을 미래에 잘 전달하겠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 도민의 기대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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