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2~3개월 전·휘발유 당일 준비…경찰 신상공개 결정

진주 방화·살인사건 피의자가 범행 전에 흉기와 휘발유를 미리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지방경찰청은 피의자 안인득(42)이 범행에 쓴 길이 34㎝·24㎝ 등 흉기 2자루를 범행 2∼3개월 전 미리 구입한 점, 사건 당일 휘발유를 구입한 점 등을 그 근거로 '계획범죄'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 1층 출입구 등의 CCTV를 분석한 결과, 피의자는 범행 당일인 지난 17일 0시 50분쯤 흰색 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가 인근 셀프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 1시간 뒤 통을 들고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행동과 동선을 맞춰보면 우발적이라는 것은 어울리지 않고, 범행을 미리 준비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상자는 경상자 1명이 중상자로 분류되고, 연기흡입도 2명이 늘어 모두 20명이 됐다. 5명이 숨졌으며, 중상 3명, 경상 3명, 연기흡입 9명 등이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18일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 심사위원회를 열어 피의자의 이름·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피의자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사과드리고 처벌도 받겠다"라면서도 "제가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한 것도 조사해달라"고 말했다.

계획적이었느냐는 질문에 "계획적인이 아닌지도 조사해달라"라고 한뒤 "나도 왜 불이익을 당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아파트 내에서도 비리가 엄청나고, 진주시의 비리와 부정부패도 심각하다"라며 횡설수설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조사·면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계속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기업체 퇴사 뒤·치료 과정 등에서 불이익을 당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사실을 알고 있으며 "잘못한 부분은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사를 한 프로파일러는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해 증상이 악화된 상태로, 겉으로는 정상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시간 대화를 하면 일반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누군가가 아파트를 불법 개조해 CCTV 등을 설치했고, 주거지에 벌레와 쓰레기를 투척했다", "모두가 한통속으로 시비를 걸어 왔다", "관리사무소에 불만을 제기해도 조치해주지 않아 평소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조문행렬도 줄을 이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오전 10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11시 민갑룡 경찰청장이 분향소를 방문했다. 유족들은 민 청장과 면담 자리에서 경찰 대응문제에 대해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오후 5시 30분 김경수 도지사와 김지수 도의회 의장이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김 지사는 유족과 면담한 뒤 기자들 질문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전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와 정부·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진주시장님, 관계기관과 협의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단지 우연히 생긴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계기관이 관리해나가는 체계가 지금 따로따로 돼 있어 근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5월부터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 시가 결합해서 안전한 경남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