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계획범죄 무게' 수사…흉기·휘발유 미리 준비
민갑룡 경찰청장 "신고 처리 적절했는지 진상 조사"

이낙연 국무총리는 진주 방화·살인사건을 미리 막지 못한 경찰 대응을 지적하며 조사하라고 주문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신고 처리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범인은 오래전부터 이상행동을 보였고 따라서 그런 불행을 막을 기회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고 지적하고 "경찰은 그런 참사를 미리 막을 수는 없었는가 등 돌이켜 봐야 할 많은 과제를 안게 됐다.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그 결과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8일 진주시 한일병원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과 면담한 자리에서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모 (42)씨에 대해 폭행·난동 등 경찰 신고가 여러 차례 있었던 점에 대해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진상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범행을 저지른 안(42) 씨는 이웃과 불화로 경찰에 5차례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평소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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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갑룡 경찰청장이 18일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한일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유족들에게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경찰 '계획범죄' 무게 = 경찰은 진주 방화살해범 안모(42) 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휘발유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범죄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 씨는 경찰 조사·면담에서 "사회적으로 계속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기업체·퇴사 뒤·치료 과정 등에서 불이익을 당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지방경찰청은 18일 안 씨가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사실을 알고 있으며 "잘못한 부분은 사과하고 싶다"고 진술했다.

또 "누군가가 아파트를 불법 개조해 CCTV 등을 설치했고, 주거지에 벌레와 쓰레기를 투척했다", "모두가 한 통 속으로 시비를 걸어 왔다", "관리사무소에 불만을 제기해도 조치해주지 않아 평소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안 씨를 분석한 프로파일러는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해 증상이 악화된 상태로, 겉으로는 정상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시간 대화를 하면 일반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에 쓴 길이 34㎝·24㎝ 등 흉기 2자루를 범행 2∼3개월 전 미리 구입한 점, 사건 당일 휘발유를 구입한 점 등을 그 근거로 삼아 안 씨의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1층 출입구 등의 CCTV 분석을 통해 안 씨가 범행 당일 오전 0시 50분쯤 흰색 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가 인근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 1시간 뒤 통을 들고 귀가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검찰이 안 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18일 발부했다. 이날 오전 11시 영장실질 심사에 앞서 안 씨는 기자들에게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사과드리고 처벌도 받겠다."라고 하면서도 "제가 10년동안 불이익을 당한 것도 조사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계획적이냐는 질문에 "계획적인이 아닌지도 조사해달라"라고 한뒤 "나도 왜 불이익을 당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아파트 내에서도 비리가 엄청나고, 진주시의 비리와 부정부패도 심각하다"라며 횡설수설했다.

◇주민들 트라우마 치료 = 지난 17일 오전 4시 25분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안 씨의 방화·살인사건 사상자는 경상자 1명이 중상자가 분류되고, 연기흡입도 2명이 늘어 모두 20명이 됐다. 5명이 숨졌으며, 중상 3명, 경상 3명, 연기흡입 9명 등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 안 씨의 신상공개와 관련해 심사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조문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11시 민갑룡 경찰청장이 방문했다. 오후 5시 30분에 김경수 도지사가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유족을 만날 계획이다.

분향을 마친 민갑룡 경찰청장은 사고 이전에 수차례 경찰 신고가 잇따랐던 것과 관련해 유족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진상 조사를 할 것이다. 조사해서 문제가 있다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위한 심리치료도 시작됐다.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에는 행정안전부와 대한적십자의 심리회복지원센터, 경남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진주보건소 등에서 주민 심리치료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국가트라우마센터도 오후 2시부터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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