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성산마을학교 '게릴라 가드닝' 현장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이 뭐예요?"

"꽃 심기요!", "우리 동네 아름답게 만드는 거요!"

학부모이자 마을학교 교사인 정승원(39) 씨가 묻자, 아이들이 대답했다. 지난 13일 창원 성산마을학교가 올해 처음 '게릴라 가드닝'을 열었다. 이날 창원 성산구 중앙동 여우비공원에 학생, 학부모, 교사 등 1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였다.

게릴라 가드닝은 도심에 버려졌거나 돌보지 않는 땅에 꽃과 식물을 심어 작은 정원을 가꾸는 활동이다. 성산마을학교는 용지초등학교 학부모, 교사, 마을 주민이 함께 만드는 교육공동체다. 창원교육지원청, 창원시청, 용지초교가 함께 지원하고 있다.

▲ 창원 성산마을학교가 13일 오전 성산구 중앙동 여우비공원에서 '게릴라 가드닝'을 열었다. 이날 참가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화분에 꽃을 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날 참가자들은 집에서 가져온 재활용 용기에 꽃을 심었다. 재활용품을 분류·배출하는 날에 일부러 나가서 용기를 여러 개 모아오기도 하고, 집에서 쓰다가 버린 깡통, 생수병, 플라스틱통 등을 챙겨와 주섬주섬 꺼냈다. 미리 재활용 용기를 무늬가 있는 헝겊으로 감싸서 꾸며온 이들도 있었다. 돗자리를 펴고, 조를 배정받고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정유선(60) 로사플라워 대표가 참가자들 앞에 섰다. 정 대표는 이날 플로리스트로서 마을교사로 참가했다. 정 대표는 "자 보세요. 맨 밑에 흙이 흩어지지 않게 망을 깔고요. 화분 맨 밑에 제일 굵은 흙을 깔고, 모종을 넣으세요. 그리고 빈 곳을 흙으로 채우면 됩니다. 배수가 잘 되는지 물을 부어보면 끝입니다"라며 꽃 심는 방법을 설명했다.

참가한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마을교사 말을 듣고 화분에 꽃을 심었다. 정 대표는 누구나 키우기 어렵지 않은 꽃 모종을 준비했다. 장미 허브, 가랑코에, 애플민트, 프렌치 라벤더, 딸기, 백리향, 제라늄, 레몬타임, 스프레이 카네이션, 로즈메리 등이다.

▲ 13일 열린 게릴라 가드닝에서 꽃을 심는 아이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날 참가자 대부분은 공원 인근 용지초교 학생들이었다. 1학년 정해진 양은 "엄마랑 같이 만들어서 무척 재밌다"라며 밝게 웃었다. 어머니 강길선(40) 씨는 "오늘 행사에 참가하려고 토마토 과일통, 음료수 통을 준비해왔다. 집에서 부엉이 무늬가 있는 헝겊으로 화분을 꾸며왔다"며 "처음이라 서툴지만 재밌다. 딸과 함께 이런 걸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었는데, 이번에 해보니 좋다"고 말했다. 카네이션 등을 심은 화분에 '사랑해'라는 팻말을 붙였다.

오상현(46) 씨도 "3학년 아들, 유치원생 딸과 함께 참가했다. 아내가 2주 전부터 행사한다고 알려줘서 시간을 내서 함께 왔다. 카네이션 3포기 심었는데, 애들과 이렇게 나와서 공감하고 놀이처럼 하게 돼서 좋다"고 했다.

마을학교 참가자들은 지역공동체가 꾸려나가는 마을학교 활동이 많아지길 기대했다. 정지예 성산마을학교 단장은 "성산마을학교는 작년에 생겼다. 용지초교 학생, 학부모, 교사가 주축이 됐다. 학생, 학부모, 지역민이 마을에 관심을 두고, 우리 마을을 더 좋아하고 가꾸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게릴라 가드닝에 참가한 한 아이가 행사 후 직접 만든 꽃화분을 동네 경로당에 전달하는 모습. /성산마을학교

윤덕인 용지초교 교장은 "교육은 학교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마을학교는 학교 담장을 벗어나 마을과 함께 교육을 할 때 살아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학생들이 놀고, 쉴 수 있는 활동을 늘려나가는 마을학교 활동이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하게 해서 구도심을 살릴 수 있다"며 마을학교 활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학생들은 이날 만든 화분을 인근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선물했다. 성산마을학교는 27일 중앙마을도서관 앞마당(성산구 원이대로 580번길 34), 5월 11일 용지초교 미르관 앞에서도 게릴라 가드닝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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