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지 않는 기억 함께 나눠야할 슬픔
대형 참사로 아들 잃은 한 가족
아들 생일날 이웃과 한데 모여
제각기 기억 나누며 울고 웃고
남겨진 이 모두에게 위로 전해

▲ 어린 아들을 참사로 떠나보낸 가족과 그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의 주요 장면. /스틸컷

순남(배우 전도연)은 마트에서 일하며 홀로 초등학생 딸 예솔(배우 김보민)을 키우며 산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 정일(배우 설경구)이 찾아온다. 한국을 떠나 살고 있었던 아이들 아빠다. 그는 2014년 4월 16일 아들 수호(배우 윤찬영) 사고 소식을 듣고도 한국에 오지 않았다. 아니 오지 못했다.

순남은 정일에게 이혼 서류를 내민다. 아들의 죽음을 안고 사는 순남은 그날 정일의 부재가, 현재는 정일의 존재가 감당하기 어렵다. 하지만 예솔은 아빠를 잘 따른다. 화장실과 현관 입구 등을 갈아달라며 아빠에게 부탁한다.

▲ 어린 아들을 참사로 떠나보낸 가족과 그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의 주요 장면. /스틸컷

거리에서는 그날의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서명을 받고 TV 뉴스에서는 생존자와 유가족을 위한 여러 지원책이 쏟아져 나온다. 순남은 관심이 없다. 유가족 모임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 예솔과 함께 아니 홀로 일상을 살아내며, 갑자기 불이 들어오는 현관 등을 바라보며 소파에 누워 수호를 그리워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수호에게 어울릴 만한 옷을 산다. 수호의 방은 시계가 멈췄다.

곧 수호의 생일이다. 안산의 활동가는 생일잔치를 해주자며 순남네를 찾는다. 정일과 예솔은 반기지만 순남은 몇 번이나 거절했다.

순남은 풀어도 풀어도 맺히는 응어리가 무겁다. 혼자가 아니지만 스스로 벽을 넘지 않는다.

수호 생일날 수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둘러앉았다. 저마다 수호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건넨다. 단짝이었지만 고등학교가 달랐던 친구는 수호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수호가 구명조끼를 건네줘 살았다는 친구의 고백은 용기 있다. 이야기를 듣던 순남은 "하기 잘했다"고 말한다.

▲ 어린 아들을 참사로 떠나보낸 가족과 그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의 주요 장면. /스틸컷

수호를 유독 잘 따랐던 옆집 동생이 시를 읊는다. 순남을 걱정하는 수호의 마음이 가득 담겼다.

수호의 생일 모임 장면은 영화의 메시지가 집약되어 있다.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주변 인물인지 구분 짓지 않으며 모두 수호를 기억하며 눈물을 흘리고 웃음을 짓는다.

세월호를 다룬 영화는 참사는 유가족에게만 해당하지 않음을 말한다.

영화를 본 관객은 등장인물 누군가에게 감정 이입을 할 것이다. 너무나 아픈 순남에게, 너무나 큰 비극이라 어떻게 슬퍼해야 할지 몰라 오히려 덤덤한 정일에게, 수호와의 행복한 기억을 안고 사는 예솔에게, 대성통곡을 하는 순남을 언제나 안아주는 이웃 우찬엄마(배우 김수진)에게….

이번 영화에서 열연한 배우들은 출연을 고사했었다.

전도연은 다가가기 어려운 큰 슬픔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

설경구는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정을 조정하며 영화에 참여했다. 왜 아직 이를 다룬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단다.

▲ 어린 아들을 참사로 떠나보낸 가족과 그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의 주요 장면. /스틸컷

<생일>을 연출한 이종언 감독은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가진 모든 이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안산에서 자원 봉사를 하며 남은 가족, 친구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이들을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고 친구를 떠나 보낸 안산의 친구들과 또래 세대의 만남을 담은 다큐멘터리 <친구들:숨어있는 슬픔>을 연출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는 남겨졌다.

아직도 여전히 마주하기 어려워 외면하는 당신이라면, 남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영화는 도내 멀티플렉스 상영관 등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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