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진주 한 아파트 단지에서 끔찍하기 짝이 없는 방화와 대규모 살상이 벌어졌다. 어이없는 사변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잃고 실의에 빠진 유가족과 주민들에게 어떤 위로의 뜻을 전할 수 있을지 참담할 따름이다. 당장은 유가족과 주민들의 치유와 심리적 안정에 정부나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이유도 불분명한 잔인한 범죄로부터 무방비 상태인 대한민국은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 있다. 주로 정신적 장애나 사회적 좌절과 불만이 쌓여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는 해마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양태 또한 흉포해지고 있다. 그러나 분노와 경각심은 사건이 터질 때 잠시일 뿐 쓸만한 대책 하나 마련하지 못한 채 반복되는 중이다. 이번 사건은 그 어느 때보다 흉악하고 무참하다. 불을 지르고 길목을 지키다 화마를 피해 빠져나오는 노인이나 어린이, 여성들을 겨냥하여 살상을 저질렀으니 온 국민이 공황상태에 빠질 지경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일이 터지면 이미 늦을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다시 확인했다. 사후 대처보다는 사전 예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범인이 생계가 막막했고 주민들과 잦은 마찰을 빚으며 위협을 가한 저간의 경과와 정신병 이력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으나 여전히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단편적으로는 조현병 등 개인적 병리의 탓이 클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범인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니 일탈이 일어나기 전에 보건안전체계를 강화하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묻지마 범죄나 증오범죄의 경우 경쟁사회에서 탈락하여 사회적으로 좌절하고 고립되어 불만과 보복심리가 쌓이고 폭력적인 충동을 표출하게 되는 사회적 요인에 더 주목해야 한다. 사건이 벌어질 때 우리 사회 한편에서 범죄자 심정이 이해된다는 반응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 패자들을 껴안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지 않고서는 언제고 되풀이되거나 모방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단단히 경계하고 통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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