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상의 등 6개 단체 경제포럼…원전건설 재개·활로 모색 촉구

"신고리 6호기 자재 납품이 5월에 끝나면 당장 손을 놓아야 할 판이다. 일감이 없어 직원들에게 연말까지만 일하라고 미리 사표도 받아뒀다. 주위에서는 업종 변경을 하라고 하지만 웃기는 얘기다. 원전 기기 제작에 맞춤형 기기가 전부인데, 무슨 다른 일을 하란 말인가."

17일 창원상공회의소 등 6개 경제단체에서 주최한 '원전산업, 최고의 기술력을 보존하라'는 경제포럼에서 나온 원자력기기 제작업체 범성정밀 김동명 대표의 절박한 호소다.

두산중공업 협력업체로 30년 넘게 원전주기기를 제작해 온 김 대표는 "더는 시간이 없다. 정부는 하루빨리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위기에 처한 원전 기업이 다른 사업을 구상하거나 국외 수출의 활로를 모색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명산업 정상우 대표도 절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원전사업을 한다고 하면 이제 은행에서 대출도 안 해준다. 심지어 이자도 올랐다"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원전업체들의 인력과 기술 보유 현황을 파악하고, 원전 해체시장이나 새로운 수출길을 열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 이후 국내 원전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조만간 급격히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대안 마련을 위해 열렸다.

산업현장에서는 원전에 기기를 납품하다 직격탄을 맞을 업체가 500개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도미노 폐업 현상이 벌어지면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 창원상공회의소와 지역 경제단체가 17일 오후 창원상공회의소 2층 대회의실에서 '원전산업,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존하라'라는 포럼을 열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장창희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40년 동안 독자적 기술로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해왔고, 그 안전성과 경제성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신규 원전이 백지화되면서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서울대, 카이스트 등에선 미래 원자력 두뇌 발길이 끊겼다. 한번 무너진 원전 서플라이 체인(상품 공급망)을 되살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롤모델로 제시한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며 속내는 다르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거의 유일한 탈원전 국가인 독일은 날씨 탓에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기가 가동되지 못하면 이웃 국가에서 전기를 사들이고 재생에너지 보조금 등으로 전기 단가도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장창희 교수는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 30개가 넘는 나라에서 100기 이상의 원전을 건설하는 점을 들어 탈원전이 세계적인 흐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기존에 원전을 도입하지 않았던 국가들도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라며 "세계 최고의 원전 서플라이 체인을 갖췄지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원전 산업의 위상을 반영하듯 100명이 넘는 인원이 자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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