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소리 지르고 25분 만에…
복도식 아파트 중앙 막은 범인
대피하는 주민에 흉기 휘둘러
출동한 경찰, 공포탄 쏴 제압

17일 오전 4시 25분쯤 안 씨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불을 지르면서 시작됐다. 안 씨는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거실에 뿌린 뒤 불을 질렀다.

아파트 주민의 신고가 119에 최초 접수된 것은 불이 난 뒤 7분 뒤인 4시 32분이다. 이후 30여 통의 신고전화가 쏟아졌다.

안 씨는 '불이야'라며 고함을 질렀고, 화재경보기도 울리면서 주민들이 하나둘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당직 중이던 관리사무소 직원도 문이 닫힌 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대피를 알렸다. 그 과정에서 관리사무소 직원과 안 씨가 4층에서 맞닥뜨렸고, 안 씨가 휘두른 흉기에 이 직원은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화재경보에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밑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안 씨가 계단에서 기다리다가 들고 있던 흉기 2개를 휘둘렀다. 사상자들은 목과 복부 등을 찔렸다. 안 씨의 범행은 주로 2층에서 이뤄졌다. 흉기에 찔린 주민들은 복도와 마당 등에 쓰러졌다.

사건 현장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개양파출소 소속 경찰 5명이 출동한 것은 오전 4시 35분. 경찰은 아파트 2층에서 안 씨와 마주쳤다. 경찰 4명은 안 씨가 밖으로 빠져나가 2차 가해를 하지 않도록 출구를 가로막고, 1명은 주민을 옥상으로 대피시켰다.

안 씨는 흉기를 버리지 않고 저항하다 경찰이 공포탄을 쏘자 흉기 한자루를 경찰 쪽으로 던졌다. 이후 테이저건을 쏘고 실탄까지 발사하자 결국 흉기를 버리고 4시 50분 투항했다. 이후 소방대가 화재진압과 부상자 이송 등을 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25분 만에 11명이 흉기에 찔려 5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참극이 발생했다. 짧은 시간에 사상자가 많았던 것은 아파트 중앙에 승강기와 계단이 있는 복도식 아파트여서 대피를 위해 한 곳으로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안 씨가 중앙계단 앞에서 기다리다 흉기를 휘둘러 화를 피할 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안 씨가 우발적으로 사건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사전에 미리 동선 등을 파악하는 등 준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복도와 계단, 마당 등 피를 흘리며 사람들이 쓰러져 있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으며 마치 잔혹한 영화를 보는 듯 참혹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다른 동에 살아서 사건을 몰랐는데 아침부터 가족이나 친지로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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