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사건 발생률, 비병력자보다 낮아…전문가 적극적 치료 강조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새벽에 방화·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안모(42) 씨는 경찰 조사 결과 지난 2011년 정신질환 진단을 받는 등 조현병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병력자는 모두 위험한 것일까?

◇정신병력자 관리 구멍 =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정신병력자를 관리한다. 그러나 센터가 모든 정신병력자를 관리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개인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 동의나 보호자 동의가 없으면 센터에 등록할 수 없어 관리체계에 구멍이 생긴다.

특히 정신과 특성상 환자 스스로 치료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가족 등 보호의무자 제어를 벗어난 경우가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또 자신이나 남을 공격할 위험이 드러날 때까지 병이 심해질 수 있지만 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안 씨 사례도 마찬가지다. 안 씨는 진주건강복지센터 관리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 센터도 답답함을 토로한다. 동의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여론의 뭇매를 맞기 때문이다.

센터 인력부족도 문제다.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도내 20개 센터가 있는데 평균 실무자 1명당 70~80명을 관리하고 있다. 경남센터 관계자는 "법으로 개인 동의를 받지 않으면 관리를 할 수 없도록 규제한 상태다.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구멍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정신 질환자 사건이 사회 문제로 확산하자 보건복지부는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 지원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또한 환자 인권침해 우려와 함께 본인이나 보호의무자가 퇴원 사실을 알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신의료기관이 관할 센터에 통보할 수 없다. 도내 한 종합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정신과 환자는 치료를 잘 받아서 퇴원한 뒤에 가정과 지역사회 적응에 따라 재발할 수 있다. 정신병력자 현황을 알지 못한다면 정신병력자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오른쪽) 씨가 17일 오후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신병력자에 대한 편견 버려야 = 조현병 등 정신병력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신병력자 실제 범죄율은 낮다. 지난 2017년 대검찰청이 낸 범죄분석 보고서를 보면 조현병 환자의 강력사건 범죄율(0.08%)은 비정신병력자 범죄율(1.2%)보다 낮다.

박정하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안 씨가 앓았다는 조현병에 대해 현실검증력에 장애가 생겨 판단력이 흐려져 충동적인 성향을 보일 수는 있으나 공격적 행동을 하는 환자는 드물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조현병 환자 10명 중 9명은 환청이 들리고 망상이 생기며 밖에 나가면 누군가 본인을 감시하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에 외출도 잘 하지 못한다. 공격적 행동을 하는 환자는 드물다. 조현병은 적극적인 약물치료, 즉 생물학적 치료를 해야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 폐렴이나 간염 질환보다는 당뇨나 고혈압의 개념같이 꾸준하게 잘 관리돼야 한다"며 치료환경 조성과 적극적인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적극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직 단언할 순 없지만 피의자가 심각한 조현병 환자라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했을 텐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의자가 범죄를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피해자를 특정한 정황으로 봤을 때는 조현병뿐만 아니라 다른 정신질환이나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나올 때까지는 단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지역 의료기관 한 관계자는 "지역사회로 돌아간 후 적응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입원치료를 받던 환자가 퇴원한 후의 사례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며 "환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스스로 병을 인지하기 어려운 정신과 환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후 관리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며 국외에서는 이미 의료기관에서 치료 이후 지역사회 연계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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