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투척·욕설 등 시비 잦아
경찰 1년간 5번 출동하기도
주민들 "경찰·시 방치…인재"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흉기난동을 부린 안 모 씨는 평소 위층에 사는 이웃주민을 지속적으로 위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 씨는 이 아파트에 지난 2015년 12월에 입주해 혼자 살았다. 주민들은 안 씨가 이웃주민들과 시비가 잦았고 욕설이 심했다고 전했다. 인근 동에 사는 한 통장은 "안 씨가 평소 하는 일이 없고, 피해 망상에 빠져있어 주민들과 마찰이 있었다. 혼자서 집에서 고함을 지른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작년에 주민센터에 신고를 했다"라고도 했다.

특히 위층 집과 갈등이 잦았다. 안 씨가 '위층에서 벌레를 뿌려 몸이 가려워 못 살겠다'며 엉뚱한 이야기를 하며 갈등을 빚었으며 아파트 입구에서 출근길 이웃 주민에게 계란을 던지는가 하면 귀갓길 집까지 뒤따라와 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위층은 경찰의 권유로 CCTV를 설치했는데, 지난달 13일 안 씨가 간장 등을 윗집에 뿌렸다가 기소됐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최근 1년 사이에 5번이나 출동했었다.

안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뒤 지난해 12월 9일부터 1월 10일까지 두 달 정도 한 자활사업장에서 일을 했지만 실제로 일을 한 것은 열흘 정도에 그쳤다. 이후 1월 17일 상담을 이유로 자활사업장을 찾아가 직원 2명을 폭행해 3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경비원 ㄱ 씨는 "안 씨는 할머니들이 아파트 팔각정에 앉아 계시면 욕설을 하고 위협을 가했다"면서 "주민들을 해코지하는 일이 많아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자주 현장에 출동했지만 그때 상황을 제지했을 뿐 어떻게 조치를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주민 모두가 불안을 느낄 정도로 안 씨의 행동이 이상하고 과격했는데 왜 이런 사람을 그대로 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은 "경찰이 5번이나 출동하고 정신질환을 앓으면서 전조도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경찰과 시에서 방치하는 바람에 참혹한 사건으로 번지고 말았다"라고 했다.

▲ 17일 새벽 발생한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가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희생자의 친구들이 영정에 헌화하며 울먹이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특히 안 씨 집의 윗집 피해가 컸다. 강모(여·54) 씨는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고, 조카 최모(19) 양은 숨졌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강 씨 집 앞에 간장과 식초, 음식물쓰레기 등 오물을 투척하고, 문을 두드리면서 해코지를 했다. '윗집에서 벌레를 내려보내서 못살겠다', '강 씨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등의 이유였다.

강 씨가 출근할 때는 안 씨가 집 베란다에서 욕설을 하고 계란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위협이 계속되자 출입문 위에 CCTV까지 설치했다.

강 씨의 사위 김모(33) 씨가 <경남도민일보>에 제공한 CCTV 영상을 보면, 특히 지난달 12일 최 양이 하교할 때 아파트 입구에서 집 앞까지 따라와 초인종을 여러 번 누르고 협박했다.

최 양은 시각장애 1급이었다. 김 씨는 "안 씨의 위협 때문에 그동안 여러 번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건을 다른 경찰관에게 넘기는 등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분노했다. 그는 "경찰이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CCTV를 직접 구입해 설치하고 안 씨 범행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출했다"며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물 투척 사건으로 안 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지만 범행 동기와 정신병력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강 씨의 딸 최모(32) 씨는 "범인은 여자 둘만 산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괴롭혔다"면서 "다른 주민들도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두려워했는데, 이렇게 큰 사고가 날 때까지 경찰은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 씨는 위층뿐만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과 갈등이 잦았다.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것.

참극을 벌인 안 씨는 2011년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고 폭행사건으로 말미암아 공주치료감호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편집증 정신분열증으로 2016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피해망상증세로 평소 주민과 마찰도 잦았다.

경찰은 "안 씨의 재물손괴 혐의 자체가 중하지 않아 정신병력 확인 작업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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