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이웃과 불화 잦아…'묻지마 범죄자' 특성도
"정신 감정·심리 치료 등 복지정책 가동했어야"

진주시 가좌동에서 발생한 방화·살인 사건은 사실상 '사회안전망 0'가 빚은 참극이었다.

범행을 저지른 안모(42) 씨는 층간소음 등 이웃과 불화로 경찰에 5차례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평소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지만, 경찰과 행정의 사전 대비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사회안전망 재정비와 함께 사회복지정책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17일 오전 4시 25분께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안 씨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흉기 난동에 5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자 4명은 여성, 1명은 70대 노인(남성)으로 비교적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봤다. 여성 중에서도 10대가 2명이었다. 또 부상자 6명 중에서도 20대 남성 한 명을 빼고 모두 여성이었다.

▲ 경찰들이 17일 오전 방화·살인 사건이 발생한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입구에서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막을 수 있었다 = 경찰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안 씨는 직업이 없었으며 혼자 살아왔다. 층간소음 등 이웃과 불화로 경찰에 5차례 신고가 접수돼 이 중 재물손괴 등 2건으로 입건됐다. 안 씨는 올해 폭행 혐의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경남도민일보>와 통화 첫 마디에서 "안타깝다"고 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4년 발간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 논문을 보면 묻지마 범죄 가해자 대부분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으로 안정적인 직장이나 교육·가정 환경, 사회적 지지 등이 결여된 사람들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안 씨의 주거·생활환경은 논문이 분석한 묻지마 범죄 가해자 특성에 해당한다.

윤 연구위원은 묻지마 범죄 가해자 유형에 대해 △정신질환형 △만성분노형 △현실불만형 등 3가지로 분류하면서 교집합적 특성을 보인다고 했다. 윤 연구위원은 묻지마 범죄 가해자 약 75%가 직업이 없고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 망상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비교적 가벼운 스트레스에도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해 분노로 이어지고, 현실의 불만을 표출하면서 범죄를 일으킬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웃과 다툼이 생겨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나, 안 씨를 자활센터에서 일하도록 한 진주시가 제대로 대처를 했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입건된 전력도 있고, 평소 소란을 많이 일으켰다는 것은 평소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차례 신고가 됐다면 경찰은 안 씨가 정신적 문제가 있지 않은지 감정을 했어야 했다"라며 "행정도 노동 의지가 있는지 살펴 구직활동을 통해 긍정적 생각을 하게 하고, 노동 의지가 없다면 최소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심리 치료 지원을 고민했어야 한다. 가장 좋은 형사정책은 사회복지정책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묻지마 범죄 한 해 53건 = 묻지마 범죄는 한 해 50여 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끊이지 않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수사당국이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진주 방화·살인사건 이전에도 묻지마 범죄가 잇따랐다. 지난 9일 대구 달서구에서는 23세 남성이 일면식도 없던 17세 학생 뒷머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지난달 25일 부산의 한 대학 앞 카페에서는 책을 읽고 있던 20세 여성이 21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옆구리를 찔렸다. 지난달 22일 진주에서는 53세 남성이 폐지를 줍던 73세 노인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욕설을 하며 폭행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거제에서는 폐지를 주워 생활하던 58세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20세 남성은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피해자의 머리·얼굴 등을 수십 차례 폭행했고 내버려둔 채 달아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이 일었다. 피의자는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0년 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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