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피해 당한 가정도…10대 여학생 2명 숨져

진주 방화·살인사건 사망자와 부상자, 연기흡입 환자 등 대부분은 가족관계로 확인됐다. 특히 10대 여학생 2명이 숨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학생들의 가족들은 모두 이번 사건 때 피해를 입어 후유증이 크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3층에 살던 김모(여·65) 씨는 손녀인 초등학생 금(12) 양과 함께 안 씨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김 씨의 며느리 차모(42) 씨는 흉기에 찔렸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금 양과 차 씨는 4층에 따로 거주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3대가 화를 입었다. 연기흡입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인 염모(여·18) 씨는 차 씨의 조카다.

금 양이 다니던 박진우 가좌초등학교 교장은 "사건 발생 후 학생 명부를 확인해 그 아파트 동에 우리 학교 학생 1명이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안치된 병원에 가서 확인하는 중에 금 양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학생들도 다 알고 학교로 오는 거 같았다. 등교하는 아이들이 울고 있었다"며 "금 양은 착한 아이였다. 또래 친구보다 순수해 친구들을 보듬어주는 아이였다. 친한 친구가 죽었기에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이 교실에서 울고 있었다. 6학년 교실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 씨 집 바로 윗집도 참변을 당했다. 부모 이혼으로 홀로 남은 조카 최모(19) 양과 단둘이 살던 강모(여·54) 씨는 중상을 입었고, 최 양은 사망했다. 경상대학교병원에서 치료 중인 강 씨의 딸(32)은 "안 씨의 해코지가 심해졌을 때 엄마를 설득해 이사를 갔어야 했는데,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다"며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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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새벽 발생한 진주시 가좌동 주공아파트 살인·방화 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가 진주 한일병원 장례시강에 마련됐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희생자의 친구들이 영정에 헌화하며 울먹이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숨진 황모(74) 씨는 흉기에 찔려 다친 김모(73) 씨의 남편, 숨진 이모(59) 씨는 경상을 입은 조모(여·32) 씨의 엄마다. 연기흡입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인 7명 가운데 김모(47) 씨와 구모(40), 김모(16), 김모(15) 양은 각각 부모와 딸로 한 가족이다.

유가족들은 "세상에 많이 알려져서 어떤 하나의 경계심을 가질 수 있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좀 더 신경 써서 지킬 수 있는 그런 하나의 사건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17일 오후 6시 진주시 충무공동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번 방화·살인사건으로 사망한 이모(여·59) 씨 동생 이창영 씨가 유족대표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오랫동안 피의자의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 경찰서·파출소에 수차례 신고했지만 피의자에 대해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며 "경찰서·파출소 조취가 없어 동사무소·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주민들의 수차례 신고에 재난을 막을 수 있는 국가기관에서 방치해 일어난 인재라고 밖에 할 수 없다"며 "유가족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에 조치를 취해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 씨는 목이 매인 듯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 씨는 "너무 안타깝고 지금 조카도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 어렵게 자라고, 어렵게 가르치고, 같이 살아온 자식과 딸, 어릴 적 아버지를 잃어온 가족인데 이런 재앙이 닥쳐서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 사상자 현황

 △사망자

 금○○(여·12세)

 최○○(여·19세)

 이○○(여·59세)

 김○○(여·65세)

 황○○(남·74세)

 

 △부상자

 정○○(남·29세)

 조○○(여·32세)

 차○○(여·41세)

 강○○(여·54세)

 김○○(여·55세)

 김○○(여·73세)

 

 △연기흡입(경상)

 김○○(남·47세)

 구○○(여·40세)

 김○○(여·16세)

 김○○(여·15세)

 염○○(여·18세)

 최○○(남·48세)

 조○○(여·7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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