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진료 환경 넘어 지구촌 공생을 꿈꾸다
"독립바이오제약은
제네릭 생산·신약 연구와
융합형 전자차트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학교설립 등 국외원조를
후대에도 계속 이어가길 바라며
차린 회사죠."

▲ 정태기 김해 서울이비인후과 원장./김구연 기자 sajin@

서울이비인후과 대표원장, (사)지구촌교육나눔 이사장, ㈜서울의료개발 대표이사, ㈜독립바이오제약 대표이사. 모두 정태기(60) 김해 서울이비인후과 원장의 명함에 찍혀 있는 직책이다. 하나도 허튼 것이 없다. 널리 이름을 내세우려고 허울뿐인 직책을 탐한 것이 아니다. 네팔에 학교를 지어주고, 지역에서 제약 회사를 만들고, 사비를 들여 병원 내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일 등, 그가 벌인 일들은 결국 그가 품은 '신념'으로 귀결됐다. 벌인 일이 많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게 바쁜 정 원장을 진료 중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어렵사리 만났다.

◇창원의 새로운 먹거리 바이오

정태기 김해 서울이비인후과 대표원장이 2013년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에 설립한 제약회사 ㈜독립바이오제약은 지난 1월 식약처 KGMP(Korea Good Manufacturing Practice·한국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허가와 품목 허가를 받았다. KGMP 승인은 전문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과 인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독립바이오제약 주주는 대부분 의사와 약사 등으로, 현재 140여 명의 주주를 두고 있다.

독립바이오제약은 일단 제네릭(복제약)을 일부 자체 생산과 OEM(주문자생산방식)을 통해 생산·판매하고, 사업이 안정되면 신약 개발로 회사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독립바이오제약은 20여 종류 약을 올해 안에 생산 및 시판할 예정이다. 의사들이 주주라, 이들이 제품을 사용하면 판매 관리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신약 개발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독립바이오제약은 폐렴구균 변이주를 활용한 폐렴 예방 백신, 그리고 천식·알레르기·COPD(만성폐쇄성폐질환)·궤양성 장염과 같은 점막 질환에 대한 예방 및 치료약을 개발하려 한다.

창원에 제약회사를 만들면서 제일 어려움을 겪은 것은 자금과 인력 확보였다. 자금이 넉넉지 않으니 유능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정 원장의 뜻에 공감한 주주들이 모여들면서 가포에 공장을 짓게 됐다.

"창원은 기계와 조선, 철강 등이 중심인데, 언제든지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제약산업을 창원에서 발전시켜 지역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면 지역이 산업 다양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독립바이오제약은 조만간 베트남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 벤탐그룹과 합자회사를 만들어 고형제, 주사제, 소프트드링크, 화장품, 항생제 등을 만들어 베트남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노릴 겁니다."

◇바이오와 IT 결합

정 원장이 제약회사 운영과 더불어 또 하나 노리는 것은 바이오와 IT의 결합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로 틈새시장 공략을 계획 중입니다. 하나하나는 기존에 다 있는 시장입니다. 제네릭을 생산하는 회사도 있고, 신약 개발이 우리보다 앞선 회사도 있고, 전자차트 회사도 있습니다. 이걸 융합시키는 것이 플랫폼 사업입니다. 메디컬 쪽에서 제약을 기본으로 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계획 중입니다. 기본은 전자차트입니다. 기존의 전자차트가 가지지 못한 새로운 전자차트, 미래형 전자차트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정 원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말 군포 IT밸리에 있는 ㈜코메인을 인수합병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래형 전자차트는 무엇일까. 정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먼저, 무인 접수, 무인 수납 등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입니다. 또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려 합니다. 기존 전자차트는 병원에서 데이터를 각각 가지고 있으면 보안문제 등이 있지만,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하면 훨씬 보안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 하나는 지금은 데이터를 의사만 가지고 있었는데, 환자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환자가 주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 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PHR(Personal health Record·퍼스널 헬스 레코드)라고 개인적인 건강 기록을 핸드폰으로 보내주는 겁니다. PHR 시장을 선점하려 합니다."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를 차트에 연동하는 것도 있다. IoT는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말한다.

"예를 들면 환자감시장치, 즉 혈압, 심박 수, 호흡 수, 체온 등 환자 생체 모니터링을 하는데, 이런 것을 근거리 무선통신 등을 써서 전자차트 안에 연동시킵니다. 그러면 간호 인력이 잡무에 시달리지 않고 간호에 전념할 수 있죠. 궁극적으로 의료비 절감을 할 수 있습니다. 병원 간에 기록을 공유하므로, 중복되는 필요 없는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정보가 밖으로 나가 위·변조될 수 없도록 블록체인 기술 등을 이용해야 합니다."

즉,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들을 통합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정 원장이 이루려는 사업 모델이다.

"옛날에는 차트라고 하면 오더만 왔다갔다하는 OCS(order conveyor system)인데, 미래형 전자차트는 이를 탈피해 모든 정보가 융합되고, 1차 의료기관에서 정보가 끝나는 게 아니고 2차, 3차 의료기관까지 갈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진료 데이터와 개인적인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통합한 빅데이터 맞춤형 의료, 정밀 의료로 가자는 생각입니다. 지금도 각각의 기술은 발전해 왔지만, 아직까지 통합한 데는 별로 없습니다. 정밀 의료에서는 환자에게 개별적으로 맞춤형 약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의 제약 시장은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100년 가는 기업이 꿈

정 원장이 꿈꾸는 여러가지 일 중 앞줄에 제약회사가 있다.

"최소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제네릭을 생산하고, 동시에 신약을 개발할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다국적 제약 기업에 종속돼 있습니다. 거기서 독립하는 것이 1번 목표입니다. 그다음은 의사나 약사들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고 리베이트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4년 후 기업 공개 예정이다.

"그동안에는 덩치를 키워야 하는데,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키울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M&A를 해서 뭉쳐서 선단처럼 가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죽을 때 주식은 (사)지구촌교육나눔에 기부할 것입니다."

제약회사를 만든 이유를 묻는 말에 정 원장은 '지구촌교육나눔'을 거론했다.

▲ (사)지구촌교육나눔이 후원해 지난달 3일 네팔 산골마을에 세운 발만디르초등학교의 공사현장. /정태기 원장

"지구촌교육나눔을 통해 네팔에 학교를 지어주다 보니 이것이 우리 대에서 끝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이어지기를 원했죠. 그렇다면 뭘로 지속 가능하게 하나, 고민하다가 기업 같은 게 있으면 내가 죽은 후에도 지속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00년은 갈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다가 내가 가진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 제약회사를 시작했습니다."

즉 기업을 운영하다가 사회환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회환원 의 수단으로 기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올 3월, 네팔의 안나푸르나 주위에 있는 소도시인 베니로부터 40여 분 산길을 타고 올라가는 작은 마을에서 (사)지구촌교육나눔에서 후원해 지은 발만디르초등학교 준공 및 기증식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우리 법인에서 10번째로 건립한 학교건물이라 의미가 더 있었습니다. 포카라로부터 편도 4시간 반, 왕복 9시간의 불편한 차량 이동이었지만, 아이들의 순박한 모습에서 오히려 우리가 위로받고 온 느낌이었습니다. 오가는 길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도로 확장 공사 현장을 보면서 네팔의 희망도 함께 보았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