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세월호 참사 5주기이다. '세월호'가 세상을 바꾼 것은 많지만 그중 하나가 사회적 재난에서 생존한 사람이나 피해자 가족에 대한 심리적 치료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의 설립이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도 트라우마(외상)를 겪는 생존자들과 유가족을 위해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됐고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 소속의 '국가트라우마센터' 개소를 통해 사회적 재난 피해자에 대한 국가적 지원 도입이 결실을 보았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법적 근거를 뒷받침했다. 개원 직후 센터는 서울의 국일고시원 화재 생존자와 유가족들에게 서울시와 함께 심리지원 활동을 벌였다. 센터의 심리지원 프로그램은 지역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주민센터, 서울시 등과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심화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거주지역의 전문치료기관과 연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문제다.

사회적 재난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며, 시간이 흐른다고 하여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누그러들지는 않는다.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주요 재난의 사상자들은 4000여 명에 이른다. 경남의 경우 태풍 매미 재난이 일어난 지 16년이 되었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고통에 시달린다. 2년 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크레인 붕괴로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지난해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200여 명이 피해를 보았다. 밀양 화재 당시 생존자들과 유족들은 일시적으로 심리 치료를 받았을 뿐이다. 경남에도 사회적 재난 피해자들의 치유 지원을 체계적이고 지속해서 관리하는 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은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으로만 그치지는 않으며, 지역사회 전체에 유익한 일이다. 더 나아가 국가폭력 피해자의 아픔을 돌보는 광주트라우마센터처럼 사안별로 특화된 트라우마 센터의 건립이 이상적이다. 국가가 국민의 고통을 돌보는 일에서 어떤 지역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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