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긍정·창조·현명'커져
생물학적 '근육긴장'의 효과도

지난 주말 지인 결혼식을 다녀왔다. 식장에 입장하는 신랑과 신부는 서로를 향한 사랑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었다. 인상 깊었던 두 사람의 모습에 문득 사랑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

포털사이트에 '사랑'을 검색했다. 결과는 대부분 노래나 영화에 관한 것이었다. 줄거리는 제각각이지만 '사랑했다', '사랑하고 있다', '사랑이 끝났다'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사실 정도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사랑은 감정이다. 감정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 힘이며 생존과 적응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다. 사랑은 기쁨, 즐거움, 고마움, 희망과 같은 긍정적인 정서와 신체와 정신을 모두 고취시키는 감동을 포함한다.

감정은 또 우리의 경험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경험을 구체화시킨다.

예컨대 사랑은 행동 속에 존재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 속에 발전한다. 우리 삶을 더 높은 단계로 상승시키며 스스로 더 나은 자신으로 바뀌게 한다. 사랑의 심리적 기능인 긍정 정서는 사랑이 아무리 짧고 순간적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삶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 사랑을 하면 마음이 열리고 융통성이 생겨 우리를 더욱 창조적이고 현명하게 만든다.

이와 더불어 사랑은 독점적 관계와 책임감을 포함하는데 이는 인류가 왜 결혼이라는 문화를 만들었는지 설명해 준다.

생물학적으로 사랑은 신경전달물질 옥시토신과 미주신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랑을 하면 신경전달물질인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타인과의 애착형성을 하는 기능을 한다. 주로 남녀가 성관계를 가질 때, 여성이 아이를 낳을 때, 젖을 먹일 때, 새로운 만남을 가지거나 기존의 관계가 더 굳건해질 때 분비된다.

그렇다고 옥시토신이 무한한 애착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옥시토신은 상대방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감지해 그중에 믿을 만한 정보를 가려내는 기능도 한다. 쉽게 말해 상대방이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는 것인지 판단하도록 돕는 일이다.

다음으로, 미주신경은 뇌간 깊은 곳에서 출발해 뇌와 심장을 이어준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리 몸의 반응을 지배하는 신경이다. 멋진 사람을 만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눈을 마주치거나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을 따라하게 하는 게 바로 미주신경이다. 심지어 근육을 조절해 상대방의 목소리를 더 잘 들리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주신경은 심장박동과 호흡 측정으로 긴장도(vagal tone)를 계산할 수 있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사랑의 근육'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미주신경 긴장도는 근육의 긴장도와 같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랑을 하면 미주신경 긴장도가 커지고, 이에 따라 근육도 팽팽해진다. 이는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속설을 뒷받침하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주위 환경에 대한 정보를 쉬지 않고 처리한다. 그리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화학 물질들을 끊임없이 내보낸다. 그래서 사랑을 하면 우리는 더욱 건강하고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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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이든 생물적이든 우리는 사랑을 통해 매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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