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동반 국회 출석'허가 못 받았지만
일·가정 양립 정책 요구 계속 이어가길

얼마 전 신보라 의원은 6개월 된 자신의 아이와 함께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제안 설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국회의장에게 요청해 이슈가 되었다. 이 개정안은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다른 의원들의 입법 심의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당시 많은 사람은 신보라 의원의 이러한 제안이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지난 한유총의 유치원 개학연기 사태 당시 신보라 의원의 베트남 출장과 2017년 아동수당 도입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비판적 태도, 지난해 한부모가족에 대한 아이돌보미 지원 예산 삭감 등 일련의 사건들이 떠오르면서 신보라 의원의 이러한 제안이 순수하게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어차피 쇼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사람들이니 그 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한편 기꺼이 봐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보라 의원은 출산휴가를 처음으로 쓴 현역 국회의원이며 지난해 9월, 출산을 앞두고 24개월 이하 영아의 회의장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아동을 동반한 국회 출입 요청과 불허의 과정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따른 우리 사회 미흡한 제도와 인식, 워킹맘의 고충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고 가족 친화적인 직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실제로 워킹맘의 직장환경은 국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직장 여성이 24개월 미만의 아이를 누군가에게, 또는 보육기관에 맡기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를 대신 봐줄 수 있는 부모님이 있다면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나이든 부모님께 양육을 맡기는 것도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어린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것에 대한 왠지 모를 죄책감도 작동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하더라도 출퇴근 시간과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시간을 맞추는 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가 아프거나 갑자기 문제가 생기면 엄마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이에게 일이 생겨서 조퇴하겠다', 혹은 '연차를 내겠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런 일들이 잦아지면 직장 내에서 '이래서 여자는 안돼. 여자는 책임감이 없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아빠이면서 직장인인 남성의 책임감과 전문성, 일과 가정의 완벽한 양립은 여성을 양육자로 전제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엄마이면서 직장인인 여성은 직장에서 책임감 없고 전문성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가정에서는 많지도 않은 돈 번다고 아이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사회 환경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직장을 포기하거나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 자책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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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동반한 국회 출석이 이번에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신보라 의원은 이를 지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상임위에 아이와 함께 참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쇼라 할지라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워킹맘의 고충을 이해하고 우리 사회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을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 머지 않은 날에 아이를 안고 국회에 출석하는 신보라 의원의 모습을, 나아가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워킹맘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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