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없어도 OK"
영화 〈원라인〉 실사판
서류조작·설계한 2명 구속
수수료 뜯은 조폭도 붙잡혀

서류를 조작해 사기 대출을 받는 이른바 '작업대출' 이야기를 담은 2017년 영화 <원라인> 같은 일을 벌인 대출사기단이 붙잡혔다. 그러나 그 끝은 영화같지 않았다.

영화는 작업대출 설계자들이 돈이 급한 이들에게 은행에서 사기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다는 내용이다.

ㄱ(25) 씨와 ㄴ(31) 씨는 창원 의창구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각각 작업대출을 해왔다. 두 사람은 각각 작업대출 설계자로 활동했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출이 필요한 이들을 모집했다. 대출을 의뢰한 이들은 주로 취업준비생이나 아르바이트, 식당종업원, 실업자 등 20대 청년이었다.

ㄱ·ㄴ 씨는 의뢰자가 대출자격이 없는데도 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재직증명서나 급여통장 등을 치밀하게 조작했다. 실제 존재하지만 인터넷으로 대표 전화번호가 검색되지 않는 회사를 골라 가짜 재직증명서를 만들 때 활용했다. 은행이 대출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확인 전화를 걸어오면 자신들이 받아 "재직 중인데 오늘 휴가다"라고도 했다.

또 의뢰자가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것처럼 통장에 3개월 이상 돈을 입금했고, 이후 밥을 먹거나 쇼핑을 한 것처럼 거래내역을 남겨 사용하는 통장인 것처럼 꾸몄다. 서류위조 전문가에게 소득증명원 조작도 맡겼다.

은행은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수법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ㄱ 씨는 25차례에 걸쳐 3억 8550만 원, ㄴ 씨는 18회에 걸쳐 6억 2370만 원 등 서울지역 1·2금융권 19곳으로부터 모두 10억 원을 부당하게 대출받도록 해줬고, 의뢰자로부터 수수료(20~40%) 명목으로 약 2억 5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번에 검거된 사기대출 사건에는 조폭도 끼어있었다. ㄱ·ㄴ 씨가 작업대출로 많은 돈을 번다는 이야기는 창원 ○○파 폭력조직 귀에 흘러들어갔다. 조폭은 2018년 4월부터 ㄱ·ㄴ 씨 집을 찾아가 감금·협박하고 상납을 요구해 약 5500만 원을 챙겼다. 설계자가 타고 다니던 외제차를 빼앗고, 잠적하는 것을 막으려 차용증 작성을 강요하기도 했다. 결국 설계자와 조폭 모두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를 벌인 혐의로 ㄱ·ㄴ 씨를 구속했다. 또 ㄱ·ㄴ 씨를 감금·협박·폭행한 혐의로 조폭 등 5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설계자에게 대출을 의뢰한 43명도 입건했다. 경찰은 ㄱ·ㄴ 씨로부터 의뢰를 받아 서류를 위조한 전문가를 추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작업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불법 금융광고 유형별 적발 현황'을 보면 작업대출은 지난해 3094건이 적발됐는데, 2017년(381건)보다 8배 넘게 증가했다.

금감원은 설계자들이 주로 직장이 없거나 신용이 낮으면서 금융의 이해가 부족한 20대 청년이나 장애인·국가유공자 등을 대상으로 '원라인 대출', '직장·재직·급여통장 세팅 가능' 등 문구로 현혹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국내 회사 서류 위변조가 어려워지자 외국 회사로 위장하는 사례까지 적발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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