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청년, 예상원 의원 규탄
"학자금 대출 누가 받고 싶나 청년 분수론 가당치도 않아"

경남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들이 16일 경남도의회에서 한 '예상원 의원 청년 폄하 발언 규탄 기자회견'에서 최영철(24·진주시 가좌동) 씨의 '당사자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초 진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최 씨는 오는 5월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최 씨는 이날 작심한 듯 '팍팍한 청년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증언하며 기성세대의 통렬한 반성을 촉구했다.

"청년들은 노력하는 만큼 보상받는 세상이 옳다고 배우며 자라왔습니다. 그러나 기성세대 요구는 계속 늘어납니다. 학점에, 토익에, 자격증, 어학연수에, 대외활동에, 인턴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고 싶어하는 청년은 없습니다. 혹여라도 졸업이 뒤처질까봐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합니다. 그게 아니면 학교를 다니면서 '알바'까지 합니다. 하지만, 취업을 못하고 학자금 대출을 못 갚으면 99% 본인 잘못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출금 문자'에 가슴이 철렁하고, 친구와 밥 한 끼, 술 한잔하는 것도 망설여야 하고, 매월 다가오는 월세와 공과금, 휴대전화 요금을 걱정해야 합니다. 등록금과 교재비, 인터넷강의비를 걱정하고 자격증 접수비, 교재비, 면접 정장과 증명사진 촬영비를 걱정해야 합니다. 기성세대가 만든 높은 문턱을 오르기 위함입니다."

▲ 16일 오전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예상원 의원 청년 폄하 발언 규탄 기자회견'에서 최영철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그는 고시공부를 하는 친구 이야기를 전하면서 청년들 대다수가 '화장실보다 좁은 공간'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예 의원의 '청년 분수론'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얼마 전 고시공부를 하는 친구와 술을 한잔했습니다. 사는 곳은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보다 조금 큰 방의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도의회 화장실보다 좁은 공간에서 그 친구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데, 널찍하고 쾌적한 의원실에 계시는 의원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세상은 청년들에게 도전하라, 노력하라, 말하지만 이미 청년들은 일상에서 최대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쉴 공간, 놀 공간, 배울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그렇게나 아까운지 되묻고 싶습니다."

마지막 발언은 이번 사태를 촉발한 예상원 의원을 '정조준'했다.

"'상처를 줬다면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참으로 간편합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지 마십시오. 의원답게, 어른답게 행동하십시오. 예상원 의원님,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사과하시길 바랍니다."

한편, 경남청년유니온,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대학생·청년위원회, 정의당 도당 청년학생위원회 등 도내 청년단체들은 예 의원이 즉각적인 사과를 하지 않으면 논의를 통해 대응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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