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앞바다와 함께 '라면'어떻게 끓여도 일품 요리
창원 셀프 조리가게 방문
토핑·물조절 각자 입맛대로
맛있게 먹는 비법 공유하고
해안 경치 즐기며 '호로록'

▲ 마산만이 보이는 곳에서 라면을 먹으니 색다른 느낌이다. /이서후 기자

라면은 우리나라 국민 간식이자 가성비 좋은 주식이다. 우리나라 라면 소비량은 세계 4위지만 1인당 소비량은 1위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1인당 연간 소비량은 73.7개로 세계 1위다. 국민 1인당 5일에 한 번은 라면을 먹는다는 말이다. 2위는 베트남으로 53.5개다. 지금은 가정간편식(HMR)과 웰빙 열풍에 밀려 라면 인기가 주춤하지만 여전히 국민 간식으로 건재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라면집을 찾았다. 이곳은 자신이 먹고 싶은 봉지라면을 골라 직접 끓여 먹는다. 가격은 3000~4000원대다. 계란, 치즈 등 토핑을 선택할 수 있고 김치, 단무지 등 반찬도 판다. 수많은 라면집 중에 왜 이곳을 선택했냐고? 뷰(view)가 좋거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산 앞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라면 한 젓가락 먹고 풍광 한 모금. 단돈 3000원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 종이 냄비에 담긴 라면과 수프.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억나는 라면이 있나.

이서후: 초등학생 때 할머니가 끓여준 라면이 기억에 남는다. 국물이 거의 없고 계란 많이 풀어서 전골처럼 끓여줬다. 거의 비빔라면 같은 느낌? 약간 짰지만 어렸을 때 맛있게 먹었다.

이미지: 삼천포에 쥐포 공장이 많았는데 엄마가 거기서 일했다. 할머니랑 놀다가 엄마가 집에 오면 난 엄마를 안고 싶었는데 엄마는 '옷이 더러워서 안돼'라며 고개를 저으셨다. 그리고 씻고 혼자 부엌에 앉아 라면을 먹던 엄마 모습이 기억난다. 난 그 옆에 앉아 엄마가 먹는 라면을 조금 얻어먹으려 했다.(웃음) 엄마는 주말마다 라면을 끓여줬다. 나름 건강하라고 라면 위에 두부를 얹어 줬다. 지금도 라면 위에 두부 얹어서 먹는 게 좋다.

▲ 종이 냄비에 물 양을 조절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김민지: 초등학교 때 친구집에 놀러가면 친구 엄마가 라면을 간식으로 주셨다. 젓가락질이 서툰 우리에게 아주머니는 라면을 잘게 부숴서 끓여주셨다. 숟가락으로 먹을 수 있게. 그리고 그땐 집마다 라면을 한 상자씩 사놓았던 거 같다. 왜 그랬지?

이미지: 맞다, 맞다. 우리집도 한 상자씩 샀다.

김민지: 각자 자신만의 라면 끓이는 비법이 있을 것 같다. 난 솔직히 라면에 뭘 넣는 걸 싫어한다. 넣는다면 마늘 정도?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라면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알려줬는 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 된장과 마늘을 넣고 라면을 끓이다가 마지막에 콩나물을 넣고 끓이는 거. 실제로 해보니 맛있긴 하더라.

이서후: 대학생 때 서울에서 자취를 했는데 라면을 질리도록 먹었다. 처음에는 라면 종류를 달리해서 먹다가 그것도 지겹더라. 그래서 나만의 비법라면을 개발하게 됐다.(웃음) 수프를 3분의 1만 넣고 된장과 마늘을 넣는 거다. 그러면 라면 특유의 맛은 살아있되 된장의 구수하고 마늘의 담백함이 살아있는 라면이 완성된다.

▲ 셀프로 조리한 라면이 끓고있는 모습. /김민지 기자

이미지: 나도 자취할 때 자주 끓여먹은 라면이 있다. 라면 반 개에 수프 반 개, 김치를 썰어 넣고 끓이다가 라면이 거의 익으면 거기에 밥을 넣는다. 죽처럼 만들어 먹는다고 해야 하나? 김치라면수프? 진짜 맛있다. 동생이랑 살 때도 그렇고 지금도 남편이랑 라면만은 따로 끓여 먹는다. 먹는 스타일이 다르다.

김민지: 저도 웬만하면 따로 끓여 먹는다. 엄마, 아빠는 불은 면을 좋아하고 난 꼬들면을 좋아해서.

이미지: 라면에 곁들여 먹는 음식도 중요한 거 같다. 만두나 김밥?

이서후: 난 배가 작아서 라면 하나만 먹어도….

김민지: 대학교 때 컵라면이랑 삼각김밥 자주 먹었는데, 난 무엇보다도 김치랑 먹는 게 좋다. 파김치, 갓김치, 신김치 다 좋아한다.

이미지: 나도 새로 담근 김치가 맛있어서 라면을 끓여 먹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 편의점에 가면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라면을 먹는지 알고 있나? 불닭볶음면과 쿨피스를 두고 먹더라.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그게 유행인가 보다.

김민지: 대학교 때 호주에서 홈스테이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외국에서 파는 한국라면을 처음 먹었는데 맛이 좀 다르더라. 한국에서 먹을 때는 맵고 얼큰했는데 좀 느끼하다고 해야하나? 덜 맵고. 외국인 입맛에 맞춘 라면 같았다.

이서후: 외국 여행 갔을 때 면은 빼고 수프만 챙겨서 갔다. 그땐 양말 하나도 무겁게 느껴져서. 한 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감자를 사서 수프와 끓여 먹은 적이 있는데 엄청 맵더라. 한국에서는 맵게 안 느껴졌는데 외국 음식만 먹다가 오랜만에 먹으니 맵더라. 외국인들도 냄새만 맡았는데 콜록콜록하더라.

이미지: 딸 다온이도 라면 냄새 맡고 재채기할 때가 있다. tvN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도 보면 메뉴에 꼭 라면은 있더라. 한국인에게 라면은 빠질 수 없는 간식 같다.

▲ 마산만을 배경으로 직접 끓인 라면을 먹으니 이색적이다. /이서후 기자

※참고문헌

<세계 라면산업 동향과 우리나라의 라면산업>(2016년), 이정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라면의 역사

세계 최초 인스턴트 라면은 1958년 일본 닛신식품 안도 모모후쿠(1910~2007) 회장이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1963년 삼양식품 창업주 전중윤(1919~2014) 회장이 일본 묘조식품으로부터 라면 제조기술을 도입해 삼양라면을 만들었다. 첫 출시 당시 라면은 낯선 음식이었다. 이름 탓에 옷감이나 실, 플라스틱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또한 끓여 먹는 방법이 생소해 삼양식품 모든 직원과 가족들이 극장, 공원에서 무료 시식행사를 벌였다.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주식회사는 1965년 롯데라면을 출시해 라면시장에 진출했다. 초창기 닭고기국물 라면이 인기를 끌었고 이후에는 중화풍, 부대찌개, 짬뽕맛 라면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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