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해고자 복직과 합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무기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 농성의 이면을 살펴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기업의 노사관계가 지닌 취약성이 여실 없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을 이해하려면 지난해 12월 창원고용노동지청 중재로 한국지엠 창원공장 8개 사내하청업체 대표들과 금속노조 경남지부 및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가 해고자 63명을 순차적으로 복직시키기로 한 합의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지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을 노조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면서 사용자들의 동의를 얻었던 과정과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비정규직 노사관계가 지닌 구조적 불안정성을 조금이라도 보완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지방지청까지 개입하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우선 만들어져야 하는 게 신뢰 관계 구축이다.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성 약속 맺기나 입에 발린 소리나 하면서 내뱉는 헛소리 약속이 아니라 서로가 약속을 지키려는 진지한 노력이 신뢰구축의 전제조건이다. 약속 이행을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한다는 모양새에 대한 판단은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국지엠과 사내하청업체들이 도대체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지 의구심이 든다. 왜냐면, 63명의 순차적 복직에 합의한 내용과 달리 지난 4개월 동안 현장 복귀한 노동자는 10명뿐이고 50명의 사내하청노동자는 신규 채용되었기 때문이다.

법적인 강제성도 있는 노사합의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어기는 건 민주사회의 질서를 문란케 하는 악의적 행위다. 물론 아무리 신성한 약속이라고 하더라도 지키지 못하는 또 다른 사정이 존재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난 4개월 동안 한국지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별거 아니라고 치부할 순 없다. 오히려 합의 미이행의 이유에 대한 적절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회사 도로에 천막을 쳐서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회사 측의 주장보다 노사가 체결한 합의를 한갓 종잇장처럼 여기는 태도를 더욱 질타해야 하는 이유도 민주사회의 질서 파괴라는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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