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현장 수영 인프라 부족
일상과 괴리된 재난 대피소
선박안전 형식적 개선 그쳐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재난 대응 시스템의 총제적 부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참사 5주기를 맞은 현재 '대한민국은 안전한가?'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선뜻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 현장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안전교육이 강화됐다. 하지만, 안전교육 체감도는 낮다. 현장 실습을 나간 고등학생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고,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학교·지역별 안전교육 편차 커 =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교육을 가장 먼저 강화한 곳은 학교 현장이다. 초등학교 1·2학년용은 '안전한 생활' 교과목이 생겼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매년 51차시 이상 안전교육을 해야 하는데, 학년별로 생존 수영, 재난 훈련, 심폐소생술 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까지 생존수영을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올해 전체 학생의 약 40%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경남에서 생존 수영을 교육하는 수영장은 모두 42곳뿐이다. 경남도교육청은 간이 수영장 설치 예산 1억 원을 확보했지만 생존 수영 교육률이 낮은 지역(사천·밀양·고성·김해·거제·거창·함안·양산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11월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망한 고 이민호 군 사건은 학교 현장실습 관점을 '취업'에서 '학습'으로 바꿨다. 2017년까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와 함께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지난해부터 작성할 수 없고, 실습기간을 최대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지난해부터 전국 모든 직업계고 학생들은 노동인권과 근로관계법, 산업안전보건 등 정규 교육을 한다. 하지만, 이는 필수선택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사정에 따라 편성하지 않아도 되는 한계가 있다.

도교육청은 교육안전조례를 시행해 학교당 50만~150만 원 체험형 안전교육 교구 구입비 14억 원을 지원한다. 이처럼 학교 안전교육은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별·학교별 특성에 따라 안전교육 편차가 크다. 지난해 도내 학교 안전사고는 전년보다 1.1%p 줄었지만 6141건이나 발생했다.

▲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억문화제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재난 대피소 찾기 어려워 = 산불이나 지진 등 대형 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지진이 나면 '옥외대피소'로 피신하거나, 화재나 지진으로 살 곳을 잃게 되면 '이재민 임시주거시설'로 옮기면 된다. 이런 대피장소는 지역마다 마련돼 있다.

그러나 주민 처지에서 이를 찾기는 여전히 어렵다. 경남도에 따르면 옥외대피소는 도내 655곳, 임시주거시설은 1244곳이다.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국민재난안전포털' 누리집에서 검색해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이 사는 곳 주변과 가까운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창원시 마산합포구 '반월동' 옥외대피소를 검색하면 없다고 나온다. 가까운 곳은 '문화동'에 있는 마산제일여고나 '장군동'에 있는 월영초교·반월주민센터다. 반월동을 검색하면 가까운 다른 곳으로 안내되지 않는다. 이는 임시주거시설도 마찬가지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계층은 온라인 검색도 쉽게 할 수 없다. 김모(60·창원시 해운동) 씨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안 쓰는데, 어떻게 검색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난 대피장소는 시·군이 안내하게 돼 있다. 도내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읍·면·동지역으로만 검색 가능해 주민 처지에서 당황스러울 수가 있겠다. 국민재난안전포털은 행안부가 관리한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단체 관계자는 "검색이 어렵다면 동사무소(주민센터)에 직접 가서 문의를 하거나 거주지 주변에 안내판이 설치된 곳을 찾아보면 된다"고 했다.

국민재난안전포털 관리단 관계자는 "시·군에서 입력한 대로 검색되는 것이라서 각 자치단체에 문의해야 한다"고 했다.

◇영상물·방송 안내뿐인 여객선 안전 =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법이 강화돼 유선·도선 사업자가 받아야 하는 연간 안전교육은 4시간 이내에서 8시간 이내로 늘었다. 사업자와 선원은 출항 전 승객에게 △안전한 승하선 방법 △선내 위험구역 출입금지에 관한 사항 △인명구조장비 위치·사용법 등에 대해 영상물 상영이나 방송으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승객은 영상물 상영과 방송에 집중하기 어렵고, 구명장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여객선을 탈 때가 많다. 손모(43·창원시 의창구) 씨는 "거제·통영 등 섬으로 이동하는 배 안에서 영상물이나 방송이 나오는 동안 승객을 집중시키는 직원은 보지 못했다. 아이 달래는 소리, 떠드는 소리에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출발한 적이 많다. 심지어 안내원이 조끼나 명찰 등을 착용하지 않아 사고라도 나면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부터 혼동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낚싯배 경우 각 자치단체가 해경·어업정보통신국·선박안전기술공단 등과 함께 국가안전대진단을 펼쳐 점검하고, 자치단체와 해경 자체적으로 안전점검을 펼치는 등 연중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발생한 통영 낚싯배 전복사고처럼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당시 사망자 3명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

한 자치단체 수산행정담당은 "국가안전대진단은 날짜를 정해 점검을 하기 때문에 평상시 문제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며 "자치단체 자체 점검할 때도 항·포구에 모아서 확인하는 정도다. 제대로 된 점검을 하려면 배를 타고 나가 낚시하는 사람들 구명조끼 착용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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