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이후 후속보도로 지속적 쟁점화 못시켜

이번 지방선거 역시 지역주의와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정책선거·쟁점대결의 가능성은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각종 시민단체와 이익단체가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보낸 정책질의서에 답변하느라 후보자와 참모진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지만, 이는 정책선거로 가는 과정에서 당연히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각종 계급과 계층은 물론 다양한 단체와 집단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공직선거에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질의가 지나치게 많고 전문적이어서 어렵다는 불평은 돈과 조직선거에 익숙해 있는 일부 후보자의 푸념일 뿐이다.

토론회도 마찬가지다.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는 참모가 대신 써줄 수 있지만, 토론회의 경우 후보자 스스로 자신의 도덕성에 대한 자신감이나 각종 정책에 관한 분명한 소신 없이는 나올 수가 없다. 자질이 떨어지는 후보자일수록 토론회에 대비,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도 배우고 토론회를 보는 유권자들도 정치와 행정·지역사회를 공부하는 기회가 된다. 이게 바로 정책선거인 것이다.

이런 토론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자질·정책에 대한 쟁점이 형성되고,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들도 이 쟁점을 놓고 공방을 벌임으로써 대안과 해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곧 선거이며 민주주의의 축제가 아닐까?

바로 이런 차원에서 언론과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후보검증 토론회를 기획하고 시행했던 것은 선거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린 중요한 시도였다. 이에 따라 도지사 후보 2회, 창원시장 2회, 마산·진주·진해시장 후보가 각 1회의 토론회를 가졌다.

경남도민일보와 경남방송·오마이뉴스 등 언론사와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열린사회 희망연대·진주참여인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토론회는 신문과 방송은 물론 온라인매체가 적절하게 결합한 최초의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번 토론회는 △경남도민일보의 지상중계보도 △경남도민일보의 인터넷 보도 △경남도민일보의 전광판 보도 △경남방송과 서경방송·금양방송의 6~8차례에 걸친 녹화중계 △오마이뉴스의 온라인 보도 △참여 시민단체의 온·오프라인 홍보 등을 통해 어떤 선거보도보다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실제 후보자들의 캠프에서도 이 토론회의 시너지 효과를 의식,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 결과 지난 14일 방송된 MBC <미디어비평 designtimesp=2860>에서도 경남도민일보의 정책선거 보도를 모범사례로 소개했고, <기자협회보 designtimesp=2861>도 ‘지방신문 선거보도 정책검증 기획 눈길-유권자 참여·정책 대결 유도 긍정적 평갗라는 제목으로 경남도민일보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은 몇가지 문제점도 남겼다. 우선 토론회 이후의 후속보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쟁점을 부각시키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데도 실패했다. 이는 보도기능이 취약한 케이블TV의 자체적인 한계도 있겠지만, 경남도민일보 취재역량에도 아쉬움이 많았다.

또한 경쟁사가 주최한 행사는 애써 무시해버리는 언론계의 고질적인 자사이기주의도 여전했다. 토론회를 주최하지 않은 타 언론에서는 이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선거보도에서 자사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 과제로 부각됐다.

4대 지방선거를 한꺼번에 치르다 보니 물리적으로 모든 후보를 검증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문제점도 노출됐다. 경남도민일보의 경우 모두 7회의 토론회를 주최했지만, 그나마 짧은 기간과 적은 인력으로 최선의 노력을 한 결과였다. 나머지 시장·군수 후보나 도의원·기초의원 후보의 토론회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타 시·군에서도 토론회 개최요구가 줄을 이었지만 도저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지역주간지나 케이블TV와 제휴를 확대하는 방안도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과제는 지방선거를 분리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4대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식으로는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물론 최소한의 정보조차 유권자에게 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쨌든 정책선거를 위한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후보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지역주의를 전혀 넘어서지 못했다. 이는 후보등록 직전, 각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여론조사가 결정적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한나라당이나 현직 후보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판세를 고착화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문제점은 추후 더 상세히 짚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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