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미술관·전시장의 소장품은 무엇을 의미할까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전
미디어아트 '굿 애프터 문'
동시대 미술품 보여주기
타 미술관도 특성화 온 힘

▲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전 '굿 애프터 문'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이이남 작가의 '인왕제색도'. /이미지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3층 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GOOD AFTER MOON(굿 애프터 문)'전은 경남도립미술관의 소장품전이다. 지난달 취임한 김종원 경남도립미술관장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잘 알려면 미술관의 전시와 미술관 소장품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관의 기본은 전시와 작품 수집이다. 기본 출발을 여기서 시작한다. 그래서 도내 미술관과 전시장은 꾸준히 작품을 모으고 있다. 창원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는 창원시가 애초 계획했던 김종영미술관이 아니라 시립미술관 개관으로 방향을 튼 이유도 소장품 때문이다. '김종영'을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어서다.

▲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전 '굿 애프터 문'에서 볼 수 있는 작품. 김형기 작가의 '나는 빛이다'. /이미지 기자

그런데 관객은 소장품을 자주 보지 못한다. 전시실보다 수장고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럼에도 소장품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여주도록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기록이자 역사여야 한다. 

◇"미술관이 선택한 미디어아트"

'GOOD AFTER MOON(굿 애프터 문)'전은 경남도립미술관이 수집한 미디어아트 작품 11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다. 그동안 관람객이 보기 어려웠던 작품과 미술관이 처음 공개하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전 '굿 애프터 문'에서 볼 수 있는 작품. 백남준 작가의 '무제'. /이미지 기자

익숙한 작품은 3층 복도에 있는 백남준(1932~2006) 작가의 작품 '무제'다. 비디오아트 선구자로 불리는 백남준의 작품은 둥근 기둥 위에 27분짜리 영상이 반복 재생되는 비디오 조각품이다. 1991년에 제작됐다.

이번 전시 이름 'GOOD AFTER MOON(굿 애프터 문)'은 백남준에게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그가 "달은 가장 오래된 TV다"고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TV가 없던 시절 달을 바라보며 상상의 이야기를 펼쳤다. 하지만 TV가 대중화된 이후 사람들은 달을 보던 시간을 미디어에 쏟는다. 미디어가 삶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인데 이는 미디어아트 확산으로 이어진다.

▲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전 '굿 애프터 문'에서 볼 수 있는 작품. 뮌 그룹의 '멘쉔스트롬'. /이미지 기자

이번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에서 미술이 매체의 발전을 어떻게 수용해왔는지 잘 볼 수 있다. 매우 전통적인 조형과 소재에서 영상을 볼 수 있는 류재하 작가의 '오리-물고기', 모니터 30개로 흘러나오는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아파트 속 인간 군상을 제3자로 바라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뮌(김민선·최문선) 그룹의 '멘쉔스트롬', 동양과 서양,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의 교차 등을 제시하는 이이남 작가의 '인왕제색도' 등이 대표적이다.

소장품전을 기획한 변수정 학예연구사는 "동시대 미술을 보여주는 미디어아트 작품을 2012년도에 대거 수집했다. 또 지난해 추가로 두 점을 소장했다. 현대미술을 내보이는 미술관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에서 열린 소장품전 '내재된 곡선'에 전시된 작품. 용환천 작 '담을 수 있는 어떠한 것'. /이미지 기자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장민승+정재일 작가의 '상림(上林)'은 경남도립미술관이 적극적으로 수집 의사를 밝힌 작품이다. 작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숲인 함양의 상림을 배경으로 영상과 음악,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한 형태의 공공미술을 선보였다. 경남도립미술관은 경남을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찾았고 다층적인 시선으로 숲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한 이 작품을 사들였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올해 지역 근현대미술사를 조명할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수집할 계획이다. 경남도 예산에 따르면 '소장작품 구입' 예산은 4억 원이다.

변수정 학예연구사는 "앞으로 경남도립미술관이 선택한 소장품으로 동시대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더 마련하겠다"고 했다.

'GOOD AFTER MOON(굿 애프터 문)'전은 5월 12일까지. 문의 055-254-4634.

◇지역 문화재단들 "개선할 것"

도내 미술관과 전시장은 소장품으로 새로운 기획전을 만든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통영 전혁림미술관 등 작고한 화백의 이름을 딴 미술관과 달리 여러 소장품을 활용해 미술관이 알리고자 하는 바를 기획하고 큐레이팅한다.

▲ 지난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에서 열린 소장품전 '내재된 곡선'에 전시된 작품. 이상갑 작 '선에서 점으로'./이미지 기자

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지난 2018년 소장품전 '내재된 곡선'을 진행했다. 도자미술과 건축이 영감을 나누는 곳에서 흙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도자라는 장르로 보여줬는데, 소장품전 주제처럼 부드럽고 유려한 곡선을 가진 작품으로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을 컬래버레이션 했다. 이는 당시 세계 최초 건축도자전문미술관의 비전을 더 선명화한 전시라고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소장품 구입 예산이 별도로 없다. 세라믹창작센터 입주작가 기증에 의한 수집과 전시 연계 출품작(작가 기증)으로 수장고를 채우고 있다. '내재된 곡선'전도 과거 미술관이 기획전을 통해 전시했던 작품 가운데 일부를 수집한 것이다.

▲ 지난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에서 열린 소장품전 '내재된 곡선'에 전시된 작품. 에릭 리오 작 '무제'./이미지 기자

김해문화재단 윤슬미술관도 예산 1000만 원으로 김해 작고작가·지역작가 작품을 우선 구입하고 있다.

창원문화재단은 '미술은행을 위한 예술작품 구입'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창원지역 작가 작품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454점을 사들였다. 회화가 285점으로 가장 많다. 올해도 예산 2억 원이 편성됐다.창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들 작품은 미술은행 목적에 맞게 여러 공공시설에 대여를 해준다. 또 매년 '창원문화재단컬렉션', '소장품'전 등 전시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저 창원지역 작가이기 때문에 작품을 우후죽순 사들이는 게 아니라 작품성을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창원문화재단은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과 내용을 달리해 지역 미술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을 엄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에서 열린 소장품전 '내재된 곡선'에 전시된 작품. 빌마 빌라베르데 작 '기다림'. /이미지 기자

지난 2017년 경남도립미술관은 '2016 수집 신소장품'전을 열며 이렇게 말했다. "주요 작품 가운데 이수홍의 '교회가 있는 풍경'이 있다. 그는 흑마회 활동과 마산미협의 설립 등을 해온 인물로 지역 미술인이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다. 지역의 평론가이며, 미술행정가인 이수홍의 작품을 수집하게 되어 다행이다"라고.

올해 도내 미술관과 전시장의 소장품 수집 계획을 들여다보자. 미술관의 정체성과 지역미술의 역사성을 보존 계승하기 위한 작업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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