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몸가짐·마음가짐 그것이 당신이고 삶이다

장참미 씨는 2018년 2월부터 창원시 봉곡동에서 작은 책방 '오누이북앤샵'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대형 서점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독립출판 서적과 책방 주인의 취향과 색이 느껴질 수 있는 큐레이션된 책들을 판매합니다. 책을 읽고 그 속에서 좋았던 부분을 나누는 일을 하면서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 그의 바람입니다. 장 대표는 그런 바람을 바탕으로 시민기자로 참여해 그만의 시선을 담은 서평을 써나갈 예정입니다.

평소에 자세가 바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최근 운동을 시작하면서 내 몸이 얼마나 불균형한 상태인지 알게 되었다. 시간과 함께 쌓여온 구부정한 자세가 무형의 것으로 시작하여 어느덧 유형의 것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대로 두면 곧 일상생활에도 불편함이 찾아올 것이라는 말에 의식적으로 자세를 고치길 여러 번, 이미 굳어진 몸은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고사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일에도 노력을 필요로 했다.

노력을 요하는 것이 단지 몸의 자세뿐이겠는가. 우리는 몸을 움직이거나 가누는 모양을 말할 때만이 아니라 사물이나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도 흔히 '자세'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어느 쪽이든 주체적으로 원하는 모습을 갖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그 결과는 외적으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육체적으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삶을 대하는 자세 역시 원하는 모양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두 경우 다 컨트롤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지만 마음의 자세는 육안으로 바로 확인되지 않기에 더욱 민감한 감각과 까다로운 잣대가 필요하다.

▲ 창원시 봉곡동에서 작은 책방 '오누이북앤샵'을 운영하는 장참미 대표.

◇100명의 태도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문화 웹진 '채널예스'와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만드는 엄지혜 기자는 이러한 삶의 '자세', 다시 말해 사소한 것에서 드러나는 삶의 '태도'야말로 상대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한다.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누구보다 사회 저명인사를 많이 만나온 그녀지만 항상 마음에 남는 것은 언제나 상대의 실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닌 관계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태도의 한마디였다고 한다.

'한 사람의 언어와 태도는 일상의 감각들이 모인 결과물이다'라는 그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소해 보이는 말과 행동들 가운데 발견하는 '태도'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알게'된다.

엄지혜 기자는 그렇게 자신이 만난 인터뷰이들이 남긴 말 한마디, 책 속에서 읽어낸 문장들 가운데 흘려보내지 않고 싶었던 말을 <태도의 말들: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라는 책에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책 속에는 유시민 작가, 오은 시인, 정재승 박사를 비롯해 저자의 삶에 영향을 준 100명의 태도가 담긴 문장과 거기서 출발한 저자의 단상과 에피소드를 담백하게 소개하고 있다.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은 타인에게 영감을 준다'는 책 속의 말처럼, 우리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유난히 빛이 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사람, 좀 더 잘 살아보고자 하는 의지를 샘솟게 하는 사람.

그들을 떠올리며 새삼스러운 진리 하나를 깨닫는다. 언제나 우리를 감동시켰던 태도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약속 시간에 항상 먼저 나와 있는 작은 일에서부터, 어떤 질문이든 충분히 생각하고 신중히 대답하는 것, 가볍게 주고받는 메일에도 편지 같은 글을 쓰기 위해 마음을 기울이는 일과같이 별것 아닌 일들은 쌓아놓고 보면 별것이 된다. 돌아보면 사소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나 역시 책방이라는 열린 공간을 운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방문하는 손님에서부터 미리 이곳을 검색하고 얼마의 기대감을 가지고 오는 손님들까지 책방을 찾는 이유와 목적은 다양하다.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생각과 의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혜안이나 오랜 장사 경력에서 비롯한 눈치가 없는 나는 그저 눈에 보이는 행동과 말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상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얼굴에 띤 미소, 다정한 시선으로 책 한 권 한 권을 바라보는 것, 오가며 건네는 짧지만 분명한 인사는 이 공간을 넘어 다른 곳에서의 그 사람의 모습 또한 상상 가능하게 해준다.

얼마 전 두 명의 여자 손님이 책방을 방문했다. 가게 한 곳에 자리를 잡은 뒤, 읽고 싶었던 신간 도서라며 망설임 없이 책 한 권을 뽑아 구입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책의 삼분의 일 정도의 책장을 넘겼을 무렵 두 사람은 잠시 멈추어 조용히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책에 대한 대화는 자연스레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이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다.

비슷한 고민에 대해 공유하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경험을, 어떤 부분에서는 격려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태도의 말들>에 나오는 시인 서한영교씨의 말을 떠올렸다. '시시해 보이는 일상을 잘 가꾸며 사는 사람, 삶의 작은 단위를 가꾸는 사람'을 그 순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엄지혜 기자는 인생의 의미는 거대한 사건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사건들이 퇴적되는 것이라고 썼다. 오늘 한 생각과 말들, 혹은 들은 말들로 내 인생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태도의 말들>의 저자인 엄지혜 기자는 잘 듣는 사람이면서 잘 수집하는 사람이라 아름다운 태도를 마주하게 되면 기록이라는 방식으로 기억한다. 내가 마주했던 그 순간들처럼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말들, 오래 두고 곱씹으며 닮고 싶은 모습들은 저자의 기억에서 비롯해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공유된다.

<태도의 말들> 속에 나오는 내용들은 단순히 귀감이 되는 말을 모으는 일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인터뷰이들이 남긴 태도의 말들, 그 저변에 깔려있는 그들이 삶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준다.

저자는 인터뷰할 때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상의) 순간은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한다고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가치관, 삶의 태도, 우선순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답 속에는 상대가 어떤 순간에 행복감을 느끼는지가 드러나게 된다. 우리는 각자 어떤 순간에 기쁘고 행복한가?

개인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행복을 얼마나 자주 느낄 수 있는지, 행복을 느끼는 감각을 얼마나 자라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 가운데 불행을 바라는 이는 없다. 누구나 행복하길 원하고 어떤 면으로든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지속해나가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태도의 말들>에 나오는 내용들 가운데는 사소한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말은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화력을 지펴준다.

▲ <태도의 말들> 표지.

◇행복과 즐거움

행복은 즐겁다는 감정과는 조금 다르다. 내적으로 깊이 있는 만족감에서 비롯한 감정이야말로 행복에 조금 더 가깝다. 이 책을 통해 스스로가 무엇을 할 때 즐겁고 존재의 가치를 느끼는지 아는 사람들의 모양을 본다.

나의 일상은 어떤 모양일까. 보이지 않게 흘러가는 이 시간 속에도 어떤 모습으로 새겨지고 있는 것일까.

<태도의 말들>을 읽는 동안, 책방을 열고 운영하는 동안 내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그저 흘러가는 것이 시간인 줄 알았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은 흔적을 남기고 간다. 오늘도 나를 스치고 간 많은 사람들로 인해 나는 또 한 겹 다른 나를 옷 입게 되는 것처럼.

책장을 덮으며 나는 고민해 본다. 다른 이에게 어떤 형태로 새겨지고 있을까.

당장에는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저 이 책을 읽고 누군가의 아름다운 태도를 새기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상이 쌓이면 어느새 원하는 모습으로 바뀐 내 모습을 불현듯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기대해 본다.

※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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