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나라에서 '백성의 나라'된 날
마산 2차 의거로 4월 혁명 불 지핀 날

요즘 방송을 보다가 울컥하여 눈물 흘리는 일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50대 중반 갱년기인가 싶기도 하다가, 가만히 따져보니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왜냐고요? 방송에서 잊고 지내던 우리의 아픈 역사를 환기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일제 강점기의 그 아픈 역사를 쉽게 잊어버리고, 일제와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 매국노들의 악행을 잊고 지냈다는 것이 슬퍼 눈물이 났습니다. 결국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뼛속 깊이 새기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올해 새롭게 정립되어 기념일을 지내게 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에 대한 의미와 감회가 새롭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우렁찬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2018년 작년까지는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기념일을 4월 13일로 기념했습니다. 이후 역사 자료를 추가로 발견한 현 정부가 역사학계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2019년 올해부터 4월 11일에 거행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4월 11일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어제 목요일이 4월 11일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 59주년'이면서, '마산 4·11 민주항쟁 59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저는 '김주열 열사 기념사업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모르고 지내던 역사가 저에게 새롭고 크게 다가왔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전문에 나오는 '4·19민주 이념을 계승하'는 것은 4·11 민주항쟁을 계승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1960년 3월 15일에 있었던 마산 1차 의거 이후, 이승만 정권은 언론과 곡학아세를 일삼는 문인을 내세워 3·15의거를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다! 불합리와 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다!"라며 폭도들의 무분별한 광란 짓거리로 폄훼, 모독하였습니다. 이에 마산 시민들은 모두 숨죽여 정권의 눈치를 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4월 11일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마산 중앙부두에 떠오르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집니다. 그동안 억눌렸던 독재 정권에 대한 불만과 3·15의거를 폭도들의 짓으로 몰아가던 반혁명 세력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면서 4·11 2차 의거가 일어납니다. 이 의거는 결국 4·19로 이어지고, 1960년 대한민국 민중에 의한 '4월 혁명'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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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은 황제의 나라(제국)에서 백성의 나라(민국)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1960년 4월 11일 마산에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백성이 주인 되는 대한민국으로 태어나기 시작합니다. 내년이면 김주열 열사가 산화한 지 60주년입니다. 당연히 4·19의거도 60년입니다. 이제 한 갑자를 살았습니다. 4·19도 껍데기는 가고, 3·15의거와 김주열을 폄훼 왜곡하는 모든 껍데기가 사라지는 60주년을 맞이하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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