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으니 쏟아진 '불공평'
모바일 정보 소외계층 배려를

며칠 전 휴대폰이 고장 나는 바람에 서비스센터를 찾아 나섰다. 하필 그날따라 버스정보시스템도 고장 나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청년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버스 도착 시각을 확인하고 있었다. 반면 60대쯤으로 보이는 할머니와 휴대폰이 고장 난 나는 어떤 버스가 먼저 올지를 모르니 그저 탈 수 있는 버스 번호들을 외며 지나는 버스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센터에 도착하고 보니 휴대폰이 고장 나 미처 예약을 못 한 탓에 대기시간이 길었다. 한참을 기다려 휴대폰을 맡기고 미뤄왔던 은행 업무를 보러 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접수하면 도착하기 전에 미리 대기 번호를 받아둘 수 있는데, 그럴 수 없으니 방문해서 대기표를 뽑아 또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창구에서 같은 업무를 모바일로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운이 빠졌다. 휴대폰이 없을 뿐인데 평소보다 몇 배나 불편하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리니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해진 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라는 말이 실감 났다. 평소 모바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스마트한' 나였는데, 휴대폰 없이 하루를 살아보니 바보가 된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크고 작은 금융 업무부터, 택시를 잡고 미용실을 예약하는 일까지 일상 속 소소한 일들이 점점 모바일의 영역에 들어가면서 모바일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은 후순위로 밀려나거나 업무에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노년층에게는 모바일 기술이 마치 노인 세대와 다른 모든 세대를 이분하는 두꺼운 벽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들이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려 하면 곧장 작은 글씨와 외래어의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이제는 흔해진 무인주문기만 해도 '셀프 오더', '터치', '사이즈 업', '엑스트라' 같은 외래어가 가득해 노인들은 시도하기도 전에 혼란에 빠진다. 다른 세대들이 빠르게 받아들여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술과 말을, 노인 세대는 쉽게 이해할 수가 없다. 이처럼 기성세대들이 기술을 이해하기는커녕 접근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기술은 계속해서 앞서가니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현상이 심화하는 일은 당연하다.

모바일 기술이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드는 것은 컴퓨터가 상용화된 과거의 변화와는 조금 다른 문제다. 모바일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일상에서 불공평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대중화된 중국에서는 대형마트에 안내직원을 따로 배치해 도움이 필요한 고객에게 이용법을 설명해주거나, 스타트업 기업에서 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모바일 기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세계 모바일 기술을 주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이런 배려를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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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기술을 도입하고 상용화할 때 잠재고객 모두가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 노력해야 한다. 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모바일 정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교육을 주도해 모바일 기술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우리는 쉽게 정보를 얻고, 시간과 노력을 아낄 방법을 찾고, 공간의 제약을 넘나들기도 한다. 누구나 스마트해질 수 있지만, 모두에게 그 문턱이 낮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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