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여성 자기결정·평등권 침해"
2020년 말까지 법 개정해야

"낙태는 죄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처벌하는 법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1953년 낙태죄를 도입한 이후 66년 만이다. 여성계는 "낙태는 죄가 아니라고 60여 년간 외쳐온 구호가 현실이 됐다"라며 환영했다.

헌재는 '임신중절한 여성에게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 원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과 '임신중절을 도운 의사 등에게 징역 2년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270조 1항(동의낙태죄)이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여성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중요하게 판단했다. 헌재는 "(낙태 처벌은)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여성에게만 죄를 물어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했다. 또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이 상대 남성이 여성을 압박할 수단이 될 수 있다고도 봤다.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이 헌법불합치, 3명이 단순 위헌, 2명이 합헌 판단을 내렸다. 의미 차이는 있지만 재판관 7명이 사실상 낙태죄를 위헌이라 본 것이다. '헌법 불합치'는 해당 법 조항이 즉각 중지될 때 법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고려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것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는 전면 폐지된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낙태 결정권 한도를 '임신 22주'로 제시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과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7년 전 헌재는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2년 헌재는 재판관 4 대 4 의견으로 "태아는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된다"며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해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성단체는 헌재 결정을 환영했다.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그동안 여성들이 싸운 결실이다. 당연한 결정이다. 여성 자기결정권과 평등권 침해 요소 부분이 인정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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