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돌창고프로젝트 전시
'공간을 스치는 빈 빛'주제
서원태 감독 영화 12편 선봬

공간이 주는 자극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본다면.

남해 돌창고프로젝트가 영화 12편을 여행하듯 관람할 수 있는 전시를 열었다.

시문 돌창고, 대정 돌창고, 제비집 등 세 곳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서원태 감독이 만든 영화 12편이다.

서 감독은 '공간을 스쳐가는 비어 있는 빛(빈-빛)'이라는 주제로 실험영화를 내보였다. 그동안 작업한 것 가운데 공간이 주는 자극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만 골랐다.

전시 장소 세 곳 중 어느 곳을 먼저 들러도, 어느 곳에서만 관람해도 상관없다. 장소마다 내보이는 메시지가 다르다.

▲ <시계방향 문랩스>가 상영되고 있는 시문 돌창고 모습. 거친 돌창고의 벽면을 스쳐지나가는 달이 이색적이다. /이미지 기자

먼저 시문 돌창고에서 '신의 놀이'라는 주제로 <부처의 등>, <부처의 얼굴>, <시계방향 문랩스>를 볼 수 있다. 부처의 등과 어깨 손을 볼 수 있는 <부처의 등>과 커다란 불상을 담은 장면이 어지럽게 반복되는 <부처의 얼굴>은 제아무리 상징성이 짙은 것이라도 어떻게 노출되고 각인되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시문 돌창고의 거친 벽면에 달들이 스쳐 지나가는 <시계방향 문랩스>를 보고서 달이 위협적으로 느껴졌으니….

시문 돌창고 옆 제비집에서는 '빈 숲'이라는 주제로 <휴먼트리>, <미래 숲 임영수 인터뷰>, <트리앤 도터>가 상영되고 있다.

서 감독은 중국 내몽골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도 사막에서 나무를 심는 퍼포먼스를 했다.

<트리앤 도터>에는 사막을 녹화하는 데 일조한 서 감독이 집으로 돌아와 빨래와 청소를 하고 딸과 노는 장면을 담았다. "내 딸이 사는 동안 지구가 너무 뜨겁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한 서 감독의 말이 끄덕여진다. '몽골에서 나무를 심고 집에서 쉬는 일상을 다르다고 분리할 수 있을까'는 질문이 맴돈다.

▲ 대정 돌창고 모습. 서원태 작가의 작품을 작은 모니터로 볼 수 있다. /이미지 기자

대정 돌창고에서는 '빈 극장'이라는 주제로 <에스에프오>, <트레이스>, <서울스테이션>, <영화공간연구1>, <윈드밀>, <사막걷기>를 볼 수 있다. 다른 전시 장소와 다르게 서서 관람해야 하는데, 이에 맞는 작은 모니터는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게 한다. 다른 장소보다 빠르고 즉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그대로 즐기면 좋다.

영화는 28일까지 볼 수 있다. 매주 목요일 휴관. 관람료 3000원(세 곳 모두 이용). 문의 055-867-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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