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생 40여 명 위한 첼로 거장 공연
그 추억, 꿈 키우는 훌륭한 양식 되리라

지난주 금요일, 통영에서 근무한 지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섬을 찾았다. 고등어회와 짬뽕, 할매바리스타의 고구마라떼가 유명하다는 욕지도. 그곳 욕지중학교에서 엄청난(?) 걸 발견했다. 학교 입구 비석에 새긴 교가였는데, 작사를 한 이는 시조시인으로 유명한 초정 김상옥 선생이요, 곡을 붙인 이는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었다. 통영에는 해방 직후 윤이상 선생과 유치환·김춘수·김상옥 시인, 전혁림 화백 등이 통영문화협회를 만들어 교가 지어주기 운동을 벌인 덕에 역사가 깊은 학교 교가는 이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하지만, 섬마을 작은 학교에서 그분들 이름을 발견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외지인인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날 욕지중학교에 갔던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이 통영국제음악제 기간에 스쿨콘서트의 하나로 욕지중 강당에서 특별한 연주회를 열었기 때문이었다. 스쿨콘서트는 재단의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통영 초·중·고 학생들에게 문화예술 감상 능력을 길러주고자 마련한다. 통영국제음악제에 참가한 세계 유명 연주자들의 리허설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들려주는데, 이번에는 욕지도를 찾아 욕지중과 인근 원량초교 학생 40여 명을 위해 연주를 했다. 이날 연주회 주인공은 '첼로의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거장 미샤 마이스키였다. 하얀 사자머리를 한 70대 첼리스트가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마이스키의 피아노 반주에 열정적으로 첼로를 켜는 모습은 첼로나 음악을 잘 모르는 나에게도 감동이었다. 현악기 중에서 첼로가 사람 음성에 가장 가까운 음색을 낸다기에 때로는 눈을 감고 듣다가, 또 때로는 그의 기교에 빠져들기도 했던, 여운이 길게 남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날 아이들에겐 미샤 마이스키가 들려준 브람스, 바흐,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등의 곡이 생소했을지 모르겠다. 아이돌 그룹 노래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클래식 연주는 지루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샤 마이스키 말처럼 "자연이나 음악, 예술에서 감수성과 감상을 계발하는데 아이들에게 음악을 접하도록 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통영국제음악재단도 칭찬받을 만했다. 그래서 욕지도 아이들은 참 운이 좋다는 생각도 했다. 대도시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접하기 쉽지 않은 거장의 연주회를 40여 명의 아이가 섬에서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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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과 시조시인 김상옥이 만든 교가를 부르며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첼로의 거장이 학교를 찾아와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겐 꿈을 키우고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훌륭한 양식이 되지 싶다. 스쿨콘서트가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욕지도 방문에서 나에겐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바로 고등어회와 짬뽕, 고구마라떼 모두 먹어 봤다는 거다. 소문대로 맛있었다. 통영에 온다면 욕지도를 찾아 꼭 한 번 맛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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