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민족자주독립의 정기를 퍼트린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 일상생활에는 일제 식민지배의 유제들이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다. 해방과 건국된 지도 70년이 넘었건만 우리 사회는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한 적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얼마 전 한 정치인이 해방 직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정쟁거리로 삼았던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식민지배와 친일 청산에 대한 역사의식은 실상 박약하기 짝이 없다. 자주독립 기치는 당당하게 세우지 못하고 식민지배 잔재는 뿌리 뽑지 못한 가운데 온갖 유제들은 우리 곁에 마치 우리 것인 양 배어있다.

놀랍게도 교육과 문화체제 곳곳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일제 잔재를 늦었지만 3·1운동 100주년을 기리는 해를 맞아 색원하고 우리 얼의 정신을 세워 후대에 물려주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경남도교육청이 식민통치기에 일제를 상징하는 교목·시설물, 친일 음악인이 참여한 교가, 일제식 교단 언어와 학교 공간구조 등을 제거하기 위해 '일제 잔재 청산, 우리 얼 살리기 교육 사업'을 시작한 것은 그 출발이 될 것이다. 교육청은 도내 초중고교에 남아있는 잔재에 대해 전수조사부터 하기로 했다. 부끄럽지만 꼭 필요한 일이요, 그 실태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친일의 의미를 담은 노래를 독립운동가로 오인하여 의연하게 불러왔던 일을 돌이켜보면 역사적 사실 규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일제에 부역한 작곡가가 지은 교가인 줄도 전혀 모른 채 배우고 자랑스럽게 부르는 일이 허다하다. 강점과 식민통치의 훈육식 교육을 위한 공간과 시설물을 무심하게 사용하고, 권위적 언어와 규범들을 마치 바람직한 것들인 것처럼 되풀이 강요하고 받들어 왔으니 우리 안에 식민지배가 내재화되어 온 꼴이다.

일제 청산은 분단과 전쟁의 상흔까지 겹친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쉽게 해결될 리 없다. 그러나 역사의 진실은 밝혀 후세에 남겨야 할 것 아닌가. 내 안에 식민주의를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성찰해보면 멈칫거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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