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남도는 첫 번째 노동정책 자문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는 김경수 도지사의 공약사항인 '경남형 노동정책'의 수립을 위한 노사민정회의체가 구성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경남형 노동정책의 윤곽이 아직은 뚜렷하게 보이진 않고 있다. 하지만 경남도 역대 집행부가 내놓은 노동정책들은 사실상 친(親)기업적인 경제정책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반해 김경수 집행부가 내어놓을 노동정책은 반(反)기업은 아니라도 적어도 노동친화적인 노동정책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물론 경남도가 노동자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일방적인 노동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것보다는 중앙정부의 노동정책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소모를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법제도적인 변화를 전제해야만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중앙정부 노동정책이 지닌 구조적 한계는 비정규직 노동문제에서 적나라하게 등장하곤 한다. 예를 들어 계약기간에 따라 정규직화의 여부가 판가름난다는 정부 정책이 시행되면 시장에선 계약기간 단축이라는 방식을 통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고용을 보장하는 행태가 일반화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유도하려는 정책적 의미는 사라져 버리고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안정 고용이라는 부정적 영향만 키우는 꼴이다.

정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문제는 주로 노동시장의 주변부에 있는 불안정 고용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였다. 청소년·여성·이주민·특수고용직이나 감정노동자들이 법률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당하는 부당한 대우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외면할 수는 없다. 이런 주변부 노동자들을 돕고 보호하는 역할을 경남도가 하려고 나서는 의지는 분명 칭찬할 만하다. 비록 '경남형 노동정책'의 실체가 애매하다고 하더라도 그 방향마저 부정적으로 보아선 곤란하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지자체가 나서는 모양새는 지극히 정상이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도태한 주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모습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경남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남형 노동정책을 하나씩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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