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 태도 지닌 학폭위원 많아
진실 끌어내려는 소명감 가져야

필자는 현재 창원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이하 학폭위원)이며 평생을 양심실천가로 살았다고 하여 시민정의 부문에서 창원시장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

양심 고백의 핵심 요약은 대부분 학폭위원(학교 포함)이 학교폭력 안건에서 수동적인 질의 범위에만 집착함으로써 진실 도출을 제대로 못해 학폭위원회의 역기능을 파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수동적인 안건 범위의 질문은 관련 학생 및 그 보호자들의 예상 답변만 듣게 돼, 가해 학생에겐 학폭위를 우습게 여겨 다시 폭력성을 유발하고 피해 학생에겐 학교의 바람인 원만한 해결 처분에 불복해 재심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험 기간에 중3 가해 학생이 같은 반 피해 학생을 "조용히 해 달라"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무자비한 폭행을 한 일이 있었다. 필자는 수년간의 실무와 이론 경험으로, 인성부장에게 전에도 폭행 사실이 있는지를 물어보니 "안건 외 질문은 삼가라"는 답변을 들었다. 또 가해 학생에게는 학교생활이 힘드는지 물었으나 가해 학생은 필자를 강하게 응시하면서 고함을 치며 답변을 한 기억이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평소에 대립각이 있었던 일부 동료위원들이 이때다 싶어, 안건 외의 질문으로 가해 학생에게 스트레스를 주었으니 필자에게 가해자 면전에서 "위원직을 사퇴하라"며 가해 학생에게 다가가 위로를 해주기도 하는 어처구니없는 진풍경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한 달 후 또 폭행 안건으로 학폭위가 개최되었는데 가해 학생은 상기 학생이었다. 그제야 인성부장은 실토했다. 상기 학생은 예전에도 수차례 다른 학생을 폭행한 일이 있었고, 담배와 라이터를 갖고 있다가 수없이 적발된 적이 있었다고 했다. 또한, 가해 학생에 대한 벌이 강할수록 재폭행을 줄이고 피해 학생은 상처의 트라우마를 감소시키는 진실을 깨우치게 되었고 털어놨다. 그래서 상기 위원들이 가해 학생을 한 달 만에 재폭행하도록 도와준 논리로 결론을 맺을 수밖에 없다.

학폭위원들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처럼 법정에서 수년간 실전 경험을 가지고 학폭위원이 된 사람이 드물어 피해 학생의 트라우마에 대한 심각성과 후유증을 공감하지 못한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부터라도 사명감으로 학폭위원이 되었다면 최소한 학교폭력 처분 이후에 피해 학생들의 트라우마 원인, 고통 속의 삶 등의 인생 경로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지식도 갖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례의 공통점은 '가해 학생에 대한 응징이 강할수록 피해 학생 상처의 깊이는 더 얕아진다는 것, 가해 학생들은 크지도 않은 처벌을 받으면 그만이지만 피해 학생은 자기가 당한 만큼 응징이 안 되었다고 생각해 보상심리로 인한 피해망상으로 쇠약해진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 때 학교폭력을 겪은 학생은 그 후유증으로 보호자와 함께 특수학교에 손잡고 가는 안타까운 사연을 알고 있다. 또 중학교 때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퇴하는 학생 사례도 있다. 심한 경우 피해 학생들이 이중 삼중으로 깊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평생 부모의 보살핌(대다수가 극심한 정신 장애) 속에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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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학폭위부터 충분한 소명의 시간을 가지고 진실에 가까운 도출을 끌어내기 위해 안건 외 다각도의 질의도 소중히 생각한다면 재심률이 낮아져 보람도 한층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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