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의료기기로 세계시장 노크
산소포화도 측정장치 상용화 눈앞

"2013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어요. 옆 병상에 누운 환자의 산소호흡기가 떨어져 산소포화도 측정 알람이 울렸는데 간호사는 이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알람이 간호데스크까지 거리가 있어 들리지 않았는데 다른 환자가 호출 버튼을 누르지 않았으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편리하면서도 환자에게 친절한 의료기기를 만들어보자고."

9일 경남테크노파크 정보산업진흥본부 내 사무실에서 만난 엠텍글로벌 권수범(43)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무선 의료기기 전문인 엠텍글로벌은 2014년 6월 권 대표가 1인 기업으로 시작했다. 중소기업에서 엔지니어로 14년 넘게 근무했던 권 대표는 자체 수익모델을 찾아 지난해에는 매출 34억 원을 기록했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 지사도 둘 정도로 회사를 가파르게 성장시키고 있다.

▲ 엠텍글로벌 권수범 대표는 무선 웨어러블 산소포화도 측정장치를 개발해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찬우 기자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웨어러블 산소포화도 측정장치'다. 기존 제품이 유선형태로 제작돼 이동이 불편하고 데이터 송·수신이 불가능하다는 데 착안해 무선밴드와 시계형을 결합한 제품 'MTECOX-01'을 개발했다.

엠텍글로벌이 개발한 산소포화도 측정장치는 선이 없는 충전용 배터리 타입으로 손목 스마트장치와 연동해 무선으로 실시간 생체정보 송·수신이 가능하다.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의 안전성 시험과 성능시험을 통과했고, GMP(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권 대표는 "제품 판매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6월경에는 시중에서 판매할 계획"이라며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CE 인증도 추진해 국외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소포화도 측정장치의 국내 시장은 1000억 원 규모에 달하며, 세계 시장은 1조 7000억 원대로 추산한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엠텍글로벌은 2년 내에 업계 2위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엠텍글로벌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다른 기술은 '초음파 지정맥 인식 기술'이다. 엠텍글로벌은 초음파와 관련한 원천기술로 정평이 나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MOU를 맺고, 현지에 지사도 운영 중이다.

초음파를 이용한 지정맥 인식 기술은 현재 휴대전화의 보안장치나 방범업체에서 일부 시행 중이지만, 높은 가격과 소형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하지만, 엠텍글로벌이 개발 중인 초음파 기술을 이용한 지정맥 인식 기술은 저비용에 초소형화가 가능해 차세대 유망 생체인증 시스템으로 손꼽힌다. 소자압착기술과 반도체 개발은 완료했고, 제품 고도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권 대표는 "기존 지문 인식은 복제할 수 있고 지워진다는 한계가 있지만, 지정맥은 손가락에 초음파를 투과해 개인 고유의 손가락 정맥 패턴을 스캔해 인증하는 방식으로 보안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 엠텍글로벌 권수범 대표가 직접 개발한 초소형 반도체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주찬우 기자

제품이 상용화되면 우선 출입이나 출결관리, 은행 ATM기기 등에 해당 기술을 적용하고, 최종적으로는 의료용 기기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엠텍글로벌은 인사관리도 기존 스타트업과 구분된다.

스타트업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야근이 이 회사에는 없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 원칙이다. 권 대표가 직원을 뽑는 3대 원칙은 전공, 외국어, 사회성이다.

권 대표는 "세 가지 중 하나만 뛰어나도 회사 생활을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직원 채용에 적용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은 야근이 필수라는 인식을 불식하고 구성원의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정시 퇴근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엠텍글로벌이 지향하는 모델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회사'다.

"처음 의료기기의 불편함을 덜고자 창업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가치 있는 제품을 세상에 내놓으려 노력 중이다. '엠텍글로벌은 세상에 꼭 도움이 되는 회사'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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