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 개선 방안
경찰 긴급출동시스템 구축·폭행 가중처벌 추진
초기 환자 퇴원 후 지원…자해 등 위협 적극 개입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가 개선되고 일정 규모 이상 병원에는 비상벨이 설치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방안'을 최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거쳐 확정했다.

정부 방안은 △의료기관 안전 인프라 확충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 개선 △사회적 인식 개선으로 나뉜다.

◇의료기관 안전 인프라 확충

정부는 그동안 환자안전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응급실 안전관리 대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에게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여러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의 폭행 사건이 생기면서 의료기관 전반의 안전시스템 개선 필요성이 거듭 제기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의료기관 내 폭행 등 사건 발생 비율은 병원 11.8%, 의원 1.8%에 해당하고, 병원 규모가 크고 정신과가 있는 곳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이 폭행당하는 것은 그 의료인에게 진료를 받으려는 국민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정신질환자에 의한 폭행 사건은 정신질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열악한 진료 여건과 사회적 편견으로 초래된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며 이번 방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방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에 안전 기반을 확충한다. 의료법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올 하반기 폭행 발생 비율이 높은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병원, 정신과에 비상벨, 비상문, 보안인력을 갖추도록 의료기관 준수 사항에 반영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 발생 시 경찰 출동 시간을 고려해 경비원 등 보안인력을 증원하고, 경찰청에서 보안인력 교육을 직접 진행할 계획이다.

또 비상벨을 누르면 지방경찰청과 연계, 빠른 시간 내 경찰이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출동시스템을 올 상반기 구축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에 대한 처벌 강화도 검토한다. 의료인과 환자에게 상해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면 가중처벌하고, 중상해 이상 피해가 생기면 형량하한제 도입을 검토한다.

형법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의료기관 내 폭행은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일어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 마련도 올 상반기 중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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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 개선

먼저, 정신질환 발병 초기에 치료서비스를 집중 제공할 계획이다.

시도별 거점병원을 지정하고 지역사업단을 설치해 그 지역 내 병원에 내원한 발병 초기 환자를 지역사업단에 등록하도록 하고, 지속 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기중재지원사업'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초기 환자가 퇴원한 이후에 꾸준히 외래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 지원 등을 검토한다.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예로 들면, 지금은 진료비 부담과 치료정보 부족으로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지 못하고 퇴원 후 치료가 중단돼 증상이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을 겪는 일이 많다.

하지만 개선안에 의하면 이 환자를 처음 진단한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발병 초기 환자로 등록해 조기중재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게 된다. 또 주기적인 병원 방문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퇴원 후에도 일정 기간 입원했던 병원 전문의·간호사 등이 가정방문을 통해 집중적인 사례관리를 한다. 이후 지역사회 사례관리로 연계해 꾸준한 복약관리, 증상 확인 등 서비스를 받게 한다.

두 번째로, 재활 등 적정 진료 기반 마련에도 나선다. 급성기 입원환자 입원병동의 시설·인력 기준을 개선하고, 환자가 일생생활과 재활치료를 병행해 지속적인 지역사회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조기 퇴원한 환자에게 낮 시간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낮 병원을 2022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해 사례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 센터에 등록하면 여러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셋째,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에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한다.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가 발견되면 외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 경우 보호자 동의가 없어도 외래 치료가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응급상황 발생 시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된다.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다수의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구성된 응급개입팀을 전국적으로 배치하고, 야간이나 휴일에도 출동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현재는 서울·인천·대구·광주·제주에만 있는 것으로, 전국으로 확대된다. 정신건강전문인력, 경찰관, 119 소방대원이 공동으로 현장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도 운영할 계획이다.

넷째,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 인프라를 확충,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치료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한다. 정신질환을 겪은 경험이 있지만 회복된 사람을 다른 정신질환자의 의사결정을 지원, 정보를 제공하는 '동료 지원가'로 양성하고, 정신질환자 가족이 다른 정신질환자 가족에게 교육, 상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가족 지원가'로 양성할 예정이다.

◇사회적 인식 개선

정부는 안전한 치료환경 조성이 국민 안전과 건강 보호를 위해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캠페인 등 홍보활동을 추진한다.

'생각을 바꾸면 더불어 살 수 있다'를 모토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해소 캠페인을 하고, 청년층이 직접 편견 해소를 주도할 수 있도록 대학생이 참여하는 '정신건강응원단(서포터스)'도 모집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캠페인은 상반기부터 시행하고, 보안설비·인력 관련 기준은 하위법령 개정을 거쳐 하반기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하며, 외래치료지원제 등 준비기간이 필요한 사항은 내년에 시행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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