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창동 하지원 작가
무력한 삶에 기운 주고자
색칠·글쓰기에 치료 접목

캘리그래피(calligraphy·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서(書)의 하나로 독립된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와 테라피(therapy·치료)가 만났다. '캘리테라피'다.

스스로 캘리테라피스트(callitherapist)라 부르며 캘리테라피를 고안한 하지원(45) 작가가 지난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골목길에 새 작업실을 꾸리고 '(주)캘리테라피인아트'라는 간판을 내달았다.

지난 3일 창동에서 만난 하 작가는 "이제는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네요"라며 환히 웃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5년 전 캘리그래피를 시작했다. 색채를 공부하면서 글자를 썼다. 캘리그래피는 전서, 예서, 해서 등 변화의 폭이 작은 서예보다 자유로웠다. 또 필력보다는 글쓴이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해 어떤 틀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가독성도 높아 생활 예술과 잘 맞아떨어졌다.

"캘리그래피를 하며 스스로 많이 바뀌었어요. 그저 혼자 작업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요. 내 마음을 글씨로 표현하고 드러내니 능동적이고 외형적으로 변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를 알고 함께하길 바라죠."

하 작가는 캘리그래피를 서예와 잘 구분하면서 캘리그래피만의 장점을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오랫동안 공부한 색채와 관심이 많았던 교육을 접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렇게 캘리테라피가 만들어졌다.

"색을 이용해 글자를 써 위안을 얻는 것, 캘리테라피입니다. 지난해 이에 대한 상호(상표) 특허를 냈어요. 단순히 글씨를 예쁘게 쓰는 게 아니라 미술치료로 활용될 매체로 캘리그래피를 바라보는 거예요. 매력적이죠."

▲ 하지원(사진 오른쪽) 작가가 창동예술촌 골목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수강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지역 작가, 주민들이다. /이미지 기자

그가 캘리테라피를 이끄는 모습을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할아버지, 좋아하는 색이 있으세요',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붓에 묻히세요', '선을 긋고 도형도 그려보는 겁니다', '자음과 모음을 써볼까요', '이제는 자신에게 힘이 되는 단어와 문장을 적어보세요' 등 이런 식이다.

하 작가는 우선 노년층을 대상으로 캘리테라피를 대중화하려고 한다. 삶의 의욕을 상실한 세대에게 긍정의 단어로 에너지를 주고 싶다. 또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현재 작업실에서 캘리테라피를 배우는 이는 대부분 미술치료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캘리테라피에 대한 커리큘럼이 어디에도 없으니 제가 만들어서 해야 하죠. 색채부터 교수법까지 고민하고 연구해 가르치고 있어요. 작년부터 부산을 오가며 미술치료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허투루 하면 안 되잖아요."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려고 한다. 컬러링북(색을 칠할 수 있도록 단색으로 된 도안이나 그림을 묶어 놓은 책)을 문자로 만드는 '캘리팝아트(calli+pop art)'를 준비하고 있다.

"캘리테라피를 더 단순화하다 떠올랐죠. 모든 사람이 색은 칠할 수 있어요. 거칠게 하든 어떻든요. 그래서 문자로 컬러링아트를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쉬운 자가치유방법을 고안한 거죠. '웃음'이라는 단어가 쓰인 컬러링북을 색칠하는 게 1단계라면 '웃음'을 이미지화해 글씨가 바탕이 되는 컬러링북으로 심화하고 싶어요. 한창 연구 중입니다."

하 작가는 먼 미래에 작업실을 벗어나 지역 내 요양원을 찾아다니며 캘리테라피로 삶의 에너지를 주는 사회적기업을 꿈꾼다.

"캘리테라피라는 말이 곧 익숙해질 거예요. 분명히 널리 활용될 겁니다."

색과 글로 마음을 다독여주는 그가, 캘리테라피가 궁금하다면 창동을 찾자. 아니면 오는 10월 캘리테라피를 작품화한 전시 '한글뎐'을 기다리자. 하 '작가'를 만날 수 있다. 문의 070-7677-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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