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 제재금 탓 시즌 초반 위축
도민 구단 태생적 비애…맷집 키워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축구장 유세사건'이 경남FC의 홈구장인 창원축구센터에서 발생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4·3 창원성산 보궐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강기윤 후보 등과 함께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과 대구FC의 K리그1 경기장을 방문한 뒤 선거 유세를 펼쳤다. 문제는 경기장 내 선거 유세가 금지됐다는 점이다. 프로축구연맹 정관 제5조는 '연맹은 행정 및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회는 경남 구단에 대한 징계 필요성을 결정했고, 상벌위는 조기호 경남구단 대표이사의 소명을 들은 뒤 20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리그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팬들에게 설렘을 선물했던 경남FC지만 예기치 못한 정치권 불똥에 구단 분위기는 위축됐다. 한 구단 직원은 "예년과 달리 참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런 문제가 터져 힘이 빠진다. 기업구단이라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쳐들어왔을까. 이럴 땐 경남FC가 도민구단인 게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하소연했다.

경남FC는 전에도 몇 차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모두 정치권 인사가 사건을 촉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5년 에이전트와 짜고 구단 자금을 횡령한 안종복 전 대표이사의 심판 매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며 연맹 설립 뒤 처음으로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2016년에는 박치근 전 대표가 박종훈 교육감 소환 허위서명부 작성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홍준표 전 도지사가 임명한 대표이사다.

물론 구단주를 정치인 도지사가 맡으면서 발생하는 '도민구단'의 태생적 비애로 치부할 수도 있다. 경남FC는 영광만큼이나 아픔도 적잖았다. 창단 첫해 감독 선임부터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고, 이후 구단 대표나 사령탑 선임에도 빼놓지 않고 정치권의 그림자는 등장했다. 물론 '감독선발위원회'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를 입혔지만, 대부분 객관적이고, 투명하지는 못했다.

'정치'를 빼고 '축구'를 논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경남도에서 예산을 지원받고, 도의 지원 없이는 존립도 불가능한 구조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경남FC가 흘린 땀과 대비되게 그들의 필드는 여기저기 움푹움푹 파였다.

특히, 정치권에서 촉발한 문제 탓에 구단이 욕을 먹고, 팬들로부터 외면받는 모습이 안타깝다.

많은 사람이 경남의 추락을 걱정했다. 그들은 추락이 아무런 의미 없는 추락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문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위기의 탈출구를 찾았고, 시스템을 개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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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FC가 정치권과 악연의 고리를 끊으려면 맷집부터 키워야 한다. 재정적 자립은 물론 팬도 늘려 얕잡아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여태껏 의연하게 대처해왔으니 앞으로 잘하리라 믿는다. 경남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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