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보면 채널 돌리기가 무섭게 나오는 광고가 5G다. '초시대', '초실감'이란 단어가 두드러진다. 5세대 이동통신, 얼마 전 스마트폰용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건 우리나라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최초 초고속인터넷 상용화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라고 치켜세웠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아주 빠르게 전송하고(초고속), 실시간으로(초저지연) 모든 것을 연결하는(초연결) 5G 이동통신이 우리 산업과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초(超)'의 시대다. 초일류, 초대형, 초소용량, 초고가, 초저가, 초스피드…. 기업들은 너도나도 '초격차 전략'을 내세운다. '1000원숍'으로 잘 알려진 한 기업은 전국 곳곳에 '초대형 매장' 전략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500원도 비싸 300원짜리 라면도 준비 중인 '초저가' 전략에다 편의점은 '초간편' 조리 음식이 대세다. 1인 가구에 맞춰 치킨 반마리도 배달하는 '초소용량' 서비스도 인기다. 한 기업이 광고하는 '초프리미엄' 가전을 집에 다 들이면 1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초스피드' 온라인 쇼핑업계는 주문당일이나 새벽 배송을 자랑한다. 대리운전 기사도 10분 안에 가지 않으면 헛수고가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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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최고가 안 돼 살아남을 수 없어서"라고 하는데, 노동자는 이런 기업의 정책에 점점 살아가기 어려워지고 있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초과근무수당 인정은 고사하고, 고용불안에 최저임금 받기도 버겁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먼 나라 이야기다. 초미세먼지를 막을 인증 마스크 사는 돈은 아깝다. 노동자는 일본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초사이어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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