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레 조망 해치는 대나무숲 정비
지역사와 법 절차에도 맞지 않아

남강변을 따라 예부터 함께한 진주성 건너편 대나무 숲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진주시는 지난달에 남가람공원 정비사업에 착수했다. 도시 미관과 조망권을 확보하고 유등축제 때 불꽃놀이 관람을 위해, 대나무 숲 일부를 허물어 길이 186m, 폭 3m의 산책로를 만들고, 강변에는 길이 99m의 계단식 관람석을 만든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으로부터는 조망을 가린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유등축제 때 관광객의 조망권을 확보해 지역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경학을 전공한 필자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첫째, 도시 미관과 조망권은 정비사업으로 인해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게 된다. 조망권은 두 방향에서 고려된다. 촉석루 쪽에서 바라보는 조망과 망경동 쪽에서 진주성을 바라보는 조망이다. 산책로와 관람석 설치로 촉석루 쪽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대나무 숲의 자연스러운 경관에서 인위적인 시설 경관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이질적인 도시 경관이 좋다는 사람은 없다. 둘째, 지역 주민으로부터 조망을 가린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는 주장은, 전임 시장 때 유료축제의 가림막을 대신할 목적으로 나무를 심었던 것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전혀 없다. 셋째, 대나무 숲을 허물고 산책로와 관람석을 만드는 공사는 미세먼지가 최우선의 사회문제로 대두된 현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미세먼지의 근원적인 해결책이 나무와 숲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4월 5일 지구의 날이자 식목일을 맞아, 조규일 진주시장은 페이스북에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는 글을 올렸다. 미세먼지 줄이기를 몸소 실천하겠다는 조 시장의 다짐이 공허한 구호가 아니길 기대한다.

넷째, 남강과 함께한 대나무 숲은 진주시를 상징하는 생명의 숲이다. 진주시의 진산인 비봉산의 옛 이름이 대봉산이고, 봉암과 봉알자리와 함께 비봉산 둘레길을 연결하는 다리는 봉황교로 이름이 지어졌다. 예부터 "봉황은 벽오동나무에 집을 짓고 대나무 열매를 먹는다"고 알려져 왔다. 이런 상징적 의미가 있는 대나무 숲을 해치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다섯째, 정비사업이 이루어지는 남가람공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도시공원으로, 현재 '문화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도시공원에서 조성계획을 변경하거나 정비사업을 수립할 경우에는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보건, 휴양, 정서생활 향상 등의 목적으로 지정된 도시공원에서는, 어느 누구도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법을 위반한 이런 절차적 부당함을 시민단체가 항의하자, 이 사업을 아주 경미한 사항으로 판단했다는 궁색한 답변이 돌아왔다.

강철기.jpg
이런 내용들을 모르고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인지 필자는 대단히 궁금하다. 도시 미관과 조망권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남강과 함께한, 진주시를 상징하는 대나무 숲을 허물고 산책로와 관람석을 만드는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해서는 안 된다. 실상은 일 년 중 보름 정도에 그치는 유등축제를 위한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 삼척동자도 아는 당연한 사실을 진주시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고 있다. 그 이유도 궁금하다. 어쨌든 진주시는 빈대 잡자고 멀쩡한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절대 안 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