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칼하고 맵삭한 전통 된장뚝배기에 질그릇에 담은 제철 겉반찬까지

중국음식점에 가면 늘 자장면과 짬뽕을 놓고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통 식당에 가면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놓고 똑같은 고민을 한다. 이런 고민 한번쯤 안 해봤을까? 개인적으로는 주로 짬뽕과 된장찌개를 시키는 편이다. 얼큰한 국물 맛이 있는 게 좋아서다. 된장찌개는 간에도 좋고, 항암효과도 있다고 하니까 먹을 때마다 건강을 챙기는 것 같아 자주 찾는다.

   
 
 
한국의 대표 음식인 된장찌개. 그 된장찌개 하나로 승부를 거는 곳이 있다. 진해역에서 충무공로터리로 향하는 길에 포장마차촌으로 유명한 복개천 거리가 있다. 복개천으로 들어서는 입구 바로 오른쪽 귀퉁이에 조그만 <토속 한식당>이 있다. 목이 좋은 것도 같은데, 얼핏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작은 식당이다.

얼마 전 수리를 해서 가게를 조금 넓혔는데도, 손님들이 금방 차 가게 안이 북적댄다. 이곳에선 주문을 따로 할 필요 없이 사람 수만 불러주면 된다. 메뉴가 단 하나 된장뚝배기뿐이니까. 거무튀튀한 질그릇에 된장뚝배기가 보글보글 끓으면서 상위로 올라오면, 뚝배기와 비슷한 질그릇에서 반찬들이 담겨 나온다. 항아리뚜껑을 반찬그릇으로 대신해 사용하고 있다.

고사리 무침과 애호박무침, 콩나물무침, 겉절이 김치, 싱싱한 상추에 멸치젓갈이 질그릇에 소복이 쌓여 보기에도 맛깔스럽다. 제철 생선 요리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 음식은 아직까지 눈으로 먹잖아요. 음식을 먹을 만큼 조금씩 내는 게 좋지만, 일단은 보기에 푸짐해야죠.” 충청도 출신의 주인 아줌마가 사람 좋은 인상을 하며 설명해준다.

주인 아줌마는 다른 곳에서 음식점을 하다가 진해로 와서 장사를 한지 4년쯤 됐다. 처음엔 이것저것 다른 음식도 함께 했었다. 그 중에서도 된장뚝배기가 손님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아 ‘이거다!’라고 느낀 순간 이 집의 종류는 된장뚝배기로 통일됐다.

원래 식성이 싱거운 탓에 음식도 싱겁게 하는 편이었는데, 진해와서 손님들의 식성을 분석(?)하다보니 진해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된장 맛도 달라졌다.

“진해가 바닷가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속이 비릿한가봐요. 그래서 진해 사람들 입맛에 맞게 된장도 칼칼하게 맵게 만들었더니 반응이 좋더라구요”라며 맛의 비결을 얘기했다.

뭐니뭐니 이집 뚝배기의 맛은 미더덕에 달려 있다. 보리 멸치 다신 물에 미더덕과 대파를 송송 썰어 넣고, 땡초와 마늘을 넣어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된장 맛을 낸다. 꼬들꼬들 씹히는 미더덕은 오랜만에 맛보는데, 적조 때문에 미더덕이 금값이라고 하지만 이 집 된장에서 미더덕이 빠질 수는 없는 법. 대충 갈아 씹히는 맛이 살아있는 된장과 듬성듬성 썰어 넣은 두부가 된장뚝배기에서 숟가락을 기다리고 있다.

온통 질그릇으로 차려져 흙냄새가 나는 듯한 구수한 된장뚝배기 한정식이 4000원. 공기밥을 추가해도 1000원을 더 받지는 않는 넉넉한 인심이 있다. 횟집이나 갈비집이 아니어도 가족 외식으로 손색이 없다. 점심 저녁으로 군인 아저씨 단골 손님들이 늘었다. (055)545-5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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