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들 각종 행사에서 참석한 주요 인사들의 인사말과 소개로 인해 지루함을 느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의 관행이라 할 이런 행태는 행사 자체의 의미를 퇴색게도 하지만 참석 자체를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경남 도내에서 각종 행사 때마다 과도하거나 불분명한 의전으로 논란이 종종 있었다.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이런 행태를 걷어내야 한다. 이것은 권위주의의 청산과 보편적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서도 반드시 털어내야 할 과제다.

의전은 품위가 핵심이다. 당연히 절제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 앞에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거나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의 의전은 벼슬의 높이와 누가 더 힘이 있는가에 따라 순서가 정해져 왔다. 특히 선거로 인해 자신의 얼굴을 알려야 하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이러한 못된 관행은 고질화하기도 했다. 행사장에 행사의 의미는 없어지고 얼굴 알리기나 치적 알리기의 장으로 돌변해버린다. 이런 행태가 관행화되다 보니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억울하게 이용당하는 꼴이 되기도 한다. 의전을 기획하는 사람도 대접을 받으려는 사람도 시대가 달라졌음을 깨달아야 한다. 과거에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전통적인 것들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합리와 자유이다. 과거처럼 동원을 통한 행사가 의미 있는 시대도 아니다.

행사를 합리적으로 치르고자 노력하는 지자체도 있다. 창원시는 시민 중심 의전 행사 지침을 마련하고 어떤 의전보다 시민이 먼저라는 원칙을 세웠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있다. 하지만 의전이 참석한 시민 위주가 되려면 걷어내야 할 것이 아직 한둘이 아니다. 위세를 내세우거나 정치적인 이유를 배제하자면 행사 담당자가 목을 걸어야 하는 현실이 엄연해서는 행사가 결코 시민 위주가 될 수 없다. 시민들이 바뀐 의식을 정당하게 요구하고 바꾸도록 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품격 있는 의전을 만들 수 있다. 현재 변화를 꾀하고 있는 지자체들도 행사에 무리가 있어서 논란이 된 이후에야 바꾸려고 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조례 제정 등을 통해서 아예 논란의 여지를 없애고 행사가 참석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 될 수 있을 때 행사의 의미가 빛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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