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이주 뒤 자주 보는 쓰레기 태우기
이곳엔 종량제 봉투 무상지급 어떨까

오랫동안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왔을 때 나에게 다가왔던 어색한 풍경 중 하나는 마을 사람들이 종량제 봉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도시의 삶과 비교해 쓰레기를 덜 만드는 삶의 방식을 고려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발생하는 쓰레기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기보다 나오는 쓰레기를 태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밭에서 일하거나 주변을 걷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를 보게 된다. 때로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엄청난 검은 연기가 나는 곳도 있지만 일일이 대응하기도 어렵고 신고를 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웃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러한 풍경을 묵인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는 시골 정서를 생각할 때 쉽지 않다. 산불조심을 알리는 차량이 매일 마을을 돌아다니며 경각심을 일깨우려 애쓰고 있지만, 시골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모습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이 습관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쓰레기가 분류되지도 않은 채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를 모두 수거해가던 시절도 있었다. 종량제 봉투가 처음 나왔을 때, 쓰레기를 돈 주고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색했던가? 하지만 도시도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는 것이 정착될 때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했다.

시골에서 살다 보면 어르신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그분들의 삶을 살짝 엿보자면 절약 정신은 흉내 내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런 검소함이 몸에 밴 분들에게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돈 주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매우 어려운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부터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많은 분이 쓰레기를 그냥 태우면서 사신다.

얼마 전, 강원도 고성과 속초에서 난 산불로 온 국민이 긴장하고 애를 태웠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피해가 더욱 컸다. 아직도 원인을 둘러싼 수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 원인이 무엇이든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작은 불씨가 그렇게 큰 재해를 일으킨 것이다.

산을 다시 복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수십 년, 아니 그 이상을 예측하지만 파괴된 생태계를 고려하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생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자연재해로도 산불은 일어날 수 있다. 어쩌면 기후변화로 예기치 못하는 재해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을 거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인재는 막아보려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지극히 당연하게 지켜져야 할 일상의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쓰레기를 태우지 않고 종량제 봉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의 하나로 종량제 봉투를 무료로 나누어 준다면?'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나 같은 시골 농부 목사가 정책적인 문제를 충분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돈 주고 종량제 봉투를 사 쓰는 것이 쉽지 않은 주민들에게 산야보다 훨씬 가격이 저렴한 종량제 봉투를 지급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밭에서 일하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쓰레기 태우는 연기를 예사로 보게 된다. 좀 더 적극적인 감시·감독도 필요하겠지만 삶의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겠다 싶어서 차라리 종량제 봉투를 무상 지급할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인재가 될 수 있는 상황을 피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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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자연의 색깔이 가장 화려할 때가 이맘때가 아닌가 한다. 밭에서 일하다가도 자주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 까닭이다. 우리는 자연을 최선을 다해 지켜야 한다. 꼭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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