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도 반한 첼로의 음유시인 미샤 마이스키 스쿨콘서트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1)가 지난 5일 통영 욕지도 섬마을 아이들 46명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했다.

통영국제음악제를 주관하는 통영국제음악재단이 마련한 스쿨콘서트 일환으로 그는 딸 릴리 마이스키(32·피아니스트)와 함께 욕지중학교 강당에서 특별한 연주회를 열었다.

시작 전, 진행자가 "미샤 마이스키 아는 사람은 손 들어볼까요?"라고 묻자 아이들이 우르르 손을 든다. 그리고 "헬로", "나이스 투 미츄"라고 영어로 인사를 건넨다. 사전에 공부를 열심히 한 모양이다.

이에 미샤 마이스키는 "어린 친구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머리는 새하얗지만 마음은 항상 아이다"며 "내 막내딸이 네 살이고 여섯 살, 아홉 살, 열한 살 자녀도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첫 음악은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2번 라장조 Op. 99. 브람스가 스위스 호수의 경치에 매료돼 만든 곡으로 밝은 분위기가 특징이다. 재기 발랄하던 아이들이 사뭇 진지해졌다. 클래식을 알기라도 한 걸까. 눈과 귀를 쫑긋 세우며 음악에 심취했다.

아이들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거나 여유롭게 팔짱을 끼거나, 팸플릿을 유심히 보며 음악을 들었다. 이날 바흐와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쇼스타코비치 곡 등이 연주됐다. 첼로의 음유시인답게 미샤 마이스키는 열정적이었다. 첼로와 한 몸이 돼 연주했고 그 열정은 땀으로 흘러내렸다.

▲ 지난 5일 통영 욕지중학교에서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공연이 열렸다. 미샤 마이스키가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아이들은 그의 열정을 안 걸까. 눈을 비비면서도 끝까지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민서(11) 양은 "전에 핸드폰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실제로 (연주자를)본 건 처음이에요"라며 "마지막 곡 끝 부분이 '띵띵띵'하고 끝나니 멋있어요. 아빠한테 자랑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김준흥(15) 군은 "배를 타고 통영국제음악당에 가서 클래식 음악을 3~4번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서 연주자를 본 건 처음이에요. 실감이 안 나요"라고 말했다.

공연을 끝낸 마이스키 부녀는 아이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미샤 마이스키는 "이번 공연이 매우 좋았다"며 "어린 학생들을 위한 공연이고 모두 행복했기 때문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샤 마이스키는

1948년 라트비아에서 태어났다. 9살 때 첼로를 시작했으며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1969년 이스라엘로 망명한 누나 때문에 소비에트 연방에 붙잡혀 2년간 수용소에 감금되고 두 달간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이후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전설적인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와 피아티고르스키를 사사한 유일한 연주자다. 첼리스트 장한나의 스승으로 유명하며 첼로의 음유시인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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